FBI에게 감시당하는 남자

도서관의 기묘한 사람들

by 김태은

그날은 평범한 오후였다. 자료실 업무일지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공무직 선생님이 나를 찾았다. 난처한 얼굴이었다. 눈동자는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주무관님, 잠깐 나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웬만한 일로는 나를 부르지 않는 분이었다. 나는 곧 난감한 민원이 들어왔음을 직감했다. 한숨을 한 번 삼키고 데스크로 나갔다.


그는 서 있었다. 길고 깡마른 몸, 낡은 점퍼 차림. 눈빛은 또렷했지만 어딘가 초점이 흐릿했다.


“컴퓨터를 이용하고 싶은데요.”


돌아온 건 아주 평범한 요청이었다. 그 말만 들으면, 그냥 일상 중 하나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답했다. 로그인하고 이용하시면 된다고, 회원이 아니면 가입 안내를 드리겠다고.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FBI가 저를 감시하고 있어서 로그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입안에서 ‘에프-비-아이’라는 단어가 둔탁하게 굴러다녔다. 이 도서관에서 그 단어를 들을 줄은 몰랐다.


컴퓨터는 로그인을 하셔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아예 사용이 안 돼요.”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니까요. FBI가 보고 있다니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서관 특유의 공기가 묘하게 무겁게 내려앉았다. 나는 그 정적 속에서, 우리가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서 있다는 걸 느꼈다. 그의 세상은 감시의 그림자 아래 있었고, 나는 매뉴얼의 문장 안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안내뿐이었다.


“로그인을 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 회원이 아니시면, 회원가입을 하셔야 합니다.”


그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묘하게 오래 머물렀다. 눈동자에는 의심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럼… FBI가 제 정보를 가져갈 수도 있잖아요.” “괜찮습니다. 회원정보는 도서관에서만 관리됩니다.”


그는 납득되지 않은 얼굴이었다. 절대 FBI에 유출되지 않는다고 맹세하라고 했다. 나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회원정보는 도서관에서만 관리되며, 외부에 유출되지 않고, 로그인해야 이용 가능하다고.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럼… 아이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신분증 보여주시겠어요? 확인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잠시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다 먹은 에이스 과자 봉지를 꺼냈다. 봉지는 낡았고, 은박 부분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봉지의 열린 부분을 젖혔다. 그 안에는 여러 장의 카드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그 속에서 신분증을 꺼내 내밀었다.


나는 그 장면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형광등 불빛이 은박 포장지에 반사되어, 작은 별빛처럼 번쩍였다. 책 냄새와 먼지 냄새 사이로 묘하게 달콤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에이스 냄새였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피난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망상이 뒤섞인 피난처.


신분증은 진짜였다. 그는 실제 사람이었다. FBI는… 글쎄, 그 부분은 모르겠다.


아이디를 확인해 주었고, 그는 조심스레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화면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췄다. 몇 분 뒤, 그는 마침내 로그인에 성공했다.


그 후로도 그는 가끔 도서관에 왔다. 항상 같은 자리, 같은 모니터. 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가끔 주위를 살폈다. 그때마다 그는 중얼거렸다. “FBI가 보고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진심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냥 사라졌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끔 밤늦게 비어 있는 컴퓨터실 불빛을 보면 그가 떠오른다. 모니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던 그의 뒷모습. 은박 포장지 속에 숨은 신분증.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말.


“그 사람들은 내가 뭘 보는지도 다 알고 있어요.”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 선다.

컴퓨터로 유튜브를, 인터넷을, 무언가를 본다는 건, 어쩌면 누군가에게 감시받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들키는 일. 그는 그걸 두려워했을까, 아니면 이미 받아들였을까.

이제는 알 수 없다.


도서관의 오래된 모니터 불빛 속에서만, 그의 흔적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