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붙박이 직원들

사서와… 본청에서 버려진 사람들

by 김태은

공공도서관에는 여러 직렬의 사람들이 함께 일한다.
사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직, 전산직, 공업직, 그리고 이름조차 모호한 ‘운영직’까지 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바뀐다. 공무원의 세계에서 보통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 주기로 순환 보직이 이뤄진다.

하지만 도서관에 붙박이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본청에서 버려진 사람들.

일을 못하거나, 일을 할 수 없거나, 혹은 그냥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런 이들이 조용히 도서관으로 밀려온다.

순환보직의 원칙은 있다.
그러나 도서관은 그 원칙의 예외지대다.
본청이나 동사무소에서 피하고 싶은 이름들이 하나둘 도서관으로 떨어지고, 그들을 다시 데려가는 일은 없다.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이 도서관에 쌓인다.
그리고 다음 인사철이 되면, 그 위로 또 다른 ‘남겨진 사람들’이 덧붙는다.

그들의 2할은 ‘못 하는 사람들’이다.
본청이나 동에 발령된 신규자들 가운데, 업무가 버거워 보이고 실수가 잦은 이들이 보통 그 대상이다. 그런 9급들은 반년에서 1년쯤 지나 조용히 도서관으로 온다.


도서관 직원들은 이제 안다. 사서도 아니고 완전 신규자도 아닌데 갑자기 도서관으로 오는 사람을 보면, 본능적으로 느낀다.
—아, 이 사람은 어딘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온 사람이구나.

다음은 ‘아픈 사람들’이다. 아프지만 휴직은 하지 않는 사람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암.

그들은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도서관에 온다.
인사팀도 그렇게 말한다.

“쉬면서 몸 챙기세요.”

도서관도 일을 하는 곳인데, 쉰다는 게 무슨 말일까.
하지만 그 말에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정말로 조용히 앉아만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부류.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운영직의 일부, 또는 나이가 많은 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들의 일부다.

팀장보다 나이가 많은 7급, 8급, 9급들.

그들은 팀장을 만만하게 보고, 같은 직급의 열 살 넘게 어린 젊은 직원들에게 일거리를 슬그머니 떠넘긴다.

그들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서류조차 끝맺지 못한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존재에도, 예산이 든다.

결국 도서관의 구조는 이렇게 된다.
사서직 몇 명, 일하지 않는 몇 명, 일할 수 없는 몇 명, 일을 못 하는 몇 명.
이 묘한 조합 속에서 도서관은 굴러간다.
기적처럼, 아니면 관성처럼.

그러니 일은 결국 사서의 몫이 된다.
한 도서관의 직원이 일곱이면, 하나는 팀장이고, 하나는 못하고, 하나는 아프고, 둘은 논다.

일곱의 일을 하는 건 나머지 둘이다.

빈 5명의 자리. 2명의 사서는 버거워한다. 팀장이나 과장에게 고충을 밝히기도 하고 너무나 지친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팀장은 다섯을 다그치지 못한다.

못 하는 직원에게는 시켜봐야 실수할 게 뻔하고, 그걸 수습하는 건 본인이 되니 아주 간단한 일만 준다.
아픈 직원에게는, 비인간적으로 보일까 두려워 그냥 둔다. 조용히 있는 게 어디냐면서.
일을 안 하는 직원에게는… 권위가 먹히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팀장을 무시한다. 하지만, 팀장은 화내지 않는다.

결국 누구에게도 시키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대신 사서들에게 말한다.

“경험이라 생각해. 역량을 기를 기회야.”

사서가 그 말을 거절하면, 이런 말을 듣는다.

“요즘 애들은 참... 왜 그렇게 유난이야.”

그 말은 어딘가에서 묘하게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아마 세상 어딘가의 다른 도서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로, 비슷한 표정으로, 누군가가 그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도,
누군가는 그 말을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