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습기

오래된 도서관이 눅눅한 이유

by 김태은

이삼십 년쯤 된 오래된 도서관은 늘 눅눅하다.

벽은 여름 내내 숨을 쉬듯 물기를 머금고 있다가, 겨울이 오면 그대로 얼어붙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공기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한 번 젖은 공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다.


냉난방기는 오래전에 제 역할을 다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벽 앞에서 묵묵히 서 있다. 버튼을 누르면 돌아가고, 돌아가면 웅웅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냉장고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는 소리 같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바람이 나온다. 그저 작동 중이라는 신호만이 공간에 남는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같은 연식의 건물인데도 이상할 만큼 쾌적한 도서관들. 그런 곳이 있다면, 아마 누군가가 시설을 자기 일처럼 붙들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장이 나기 전에 살피고, 문제가 되기 전에 손을 대는 사람들 덕분에.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도서관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분명 시설을 맡은 사람들이 있다. 고장과 수리를 담당하고, 건물의 상태를 관리하는 역할을 가진 사람들. 그 역할이 사라진 적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미는 옅어졌다.


이곳에서는 시설 문제가 좀처럼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아도, 난방이 고르게 되지 않아도, 그건 당장 멈춘 게 아니니까. 돌아가고 있으면, 일단은 괜찮은 상태가 된다. 소리가 나고, 바람이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판단이 반복된다.


“아직 돌아가잖아요.”
“당장 고장 난 건 아니고요.”
“조금 불편한 정도죠.”


이 말들은 언제나 같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말들이 쌓일수록, 도서관의 공기는 조금씩 더 눅눅해졌다. 고장을 고치는 일보다, 고장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더 익숙해진 결과였다. 수리는 일이 되고, 일은 귀찮아진다. 귀찮은 일은 점점 미뤄진다. 그렇게 시설은 늙어간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 속도로.


사서들은 그 공간에서 일한다.
눅눅한 자료실에서 책을 정리하고, 시원하지 않은 열람실에서 이용자를 마주한다. 공기가 나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고칠 권한은 없다. 결국 남는 건 적응이다. “원래 여기는 좀 그래요.” 라는 말로.


냉난방기는 여전히 윙윙거린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봄과 가을에는 먼지를 내뿜는다. 한때는 그 바람에도 기능이라는 게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거대한 소리와 희미한 냄새만 남았다. 그것이 이 도서관의 공기다. 나는 가끔 그 냉난방기를 바라보다가, 이 도서관이 어떻게 관리되어 왔는지를 떠올린다.


고치지 않는 선택, 미루는 판단, 그리고 “아직은 괜찮다”는 말들.


누군가 교체를 건의하면, 대답은 늘 비슷하다.


“누가 할 건데?”


그 질문은 책임을 묻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은 책임을 흩어버리는 말이다. 그 순간, 시설은 다시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다.


밖에서는 계절이 바뀐다. 여름이 지나고, 바람의 결도 달라진다. 하지만 이곳의 공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창문을 열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보지만, 창문은 오래전에 헐거워졌다. 한 번 열면 다시 닫기 어렵다. 그래서 누구도 손대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이 도서관의 습기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시설, 그 상태를 그대로 두는 사람들, 그리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공간과 이용자들.


모두가 조금씩 낡아가지만, 그 낡음의 방향을 정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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