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책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진 Aug 09. 2022

장애는 꼭 극복해야 하는가

김초엽, 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

장애는 꼭 극복해야 하는가

표제/저자사항      사이보그가 되다 / 지은이: 김초엽, 김원영
                         김초엽[1993-]  김원영[1982-]

발행사항             파주 : 사계절, 2021

형태사항             367 p. : 천연색삽화 ; 21 cm

주기사항             참고문헌 수록

표준번호/부호      ISBN 9791160947045 03300: \18000

분류기호             한국십진분류법-> 331.5412 듀이십진분류법-> 303.483

주제명                사회 변동[社會變動]    개조 인간[改造人間]    대담[對談]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천선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을 읽고 난 후 한국과학문학상을 받은 책을 찾아보았다. 왠지 과학 문학이라고 하면 남성 작가가 많을 것 같지만(이 것도 나의 편견인가) 천선란 작가 이전에 김초엽 작가가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 대출 중이어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변호사의 대담 형식의 글이다. 두 작가는 모두 어린 시절부터 각각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이런 부분에서 인간의 몸과 기술에 관한 담론이 이어진다. 김초엽 작가는 보청기의 도움을 받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리고 김원영 작가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어 휠체어를 탄다. 이 둘은 함께 장애인의 입장에서 미래를 바라본다. 이 세상은 얼마나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는 책을 읽지 않아도 너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장애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곱씹게 되었다.


하지만, 미래가 아닌 이곳에서 조금 더 잘 살아갈 가능성은 없는 걸까? 치료와 회복만이 유일한 길처럼 제시될 때 장애인들의 더 나은 삶은 끝없이 미래로 유예된다. 038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밀려난 존재가 된다. 단지 그것을 상상하지 않으으려 애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 사이보그를 이야기하는 것이나 기술과 취약함, 기술과 의존, 기술과 소외를 살피는 것이 결국 모든 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다. 독립적이고 유능한 이상적인 인간과 달리, 현실의 우리는 누구든 취약함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040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당사자가 알리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장애를 '보이지 않는 장애', 혹은 '숨겨진 장애'라고 부른다. 보이지 않는 장애에는 심리적인 문제, 내부 장애, 만성 통증, 타인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동 장애,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가시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는 다른 결의 곤란함에 처한다. 장애가 일상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의 장애를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어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21


책 속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시기가 되면 결국 정상성의 범주에서 멀어지는 존재가 된다. 그 어떤 시기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다. 정상인과 다른 삶을 살면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게 될 때 결국 비정상인, 비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게 될 때가 언젠가 도래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로 하게 되고 그 누군가가 반드시 사람이 아닌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한 소녀를 알고 있다. 약으로 몸의 어떤 기능을 조절을 해야 하는 삶을 평생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온 가족은 세상을 잃은 슬픔에 빠졌다. 주변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꾸만 좋은 약이 나와 결국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약할 수 없는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 위로가 지금에 와서는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녀의 장애는 극복해야 할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 나가야 할 삶이라고 말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약은 너의 친구, 하루에 두 번 너를 돌봐주는 기특한 친구라고. 그 친구와 함께 잘 지내는 거라고.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거니까.


우리는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사니까.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작가들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오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감각과 비판에서 나의 세계관이, 나의 가치관이 많은 부분 수정됐다는 의미에서 책을 읽는 내내 매우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이제, 김초엽 작가의 다른 소설도 찾아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 개의 파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