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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Sep 13. 2022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롭습니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저의  인생은 그냥 외로운 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 쭉 외로울 것 같다고요. 그렇게 다짐하니까 외로움이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이런 거예요. 인간관계는 본인의 노력으로 유지되고 확장되는 것이고, 인맥 부자들이 관계를 유지하지 위해 들이는 어마어마한 노력들을 저는 하지 않거든요. 그러니 제가 그들보다 외롭게 산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고, 그렇기에 내 인생에 외로움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죠. 그리고 뭐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라고 생각하다가도, 살면서 한 번씩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래서 심각한 외로움을 느낄 때, 혹은 남들에게 좋은 평판을 듣지 못했을 때나 친구나 주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그간 했던 다짐들은 모두 와르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유명해지고 싶진 않지만,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는 위축됩니다. SNS에서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을 보면 불편한데 제가 올린 글을 보면 남들도 똑같이 생각하겠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바쁜 때는 혼밥을 하지만 사실 혼자 밥 먹는 게 좋진 않고, 남이 볼까 봐 신경이 쓰입니다. 인맥이 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절친은 두셋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은 견디기 힘듭니다. 009



이런 고민에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주는 책을 읽고 싶었어요. 인간관계에 관한 심리학 관련 책이나 수필 등이 많지만 그리고 그런 책을 읽고 많은 공감을 하긴 했지만 매년 여름이 되면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다시 그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답을 찾아 헤매게 되었거든요. 장대익 선생님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는 우리가 느끼는 이러한 사회성의 고민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해 주는 책인데요, 사회성과 과학?이라는 약간 엉뚱해 보이는 이 관계는 인간이 느끼는 문제점들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던바의 수와 에고 네트워크 개념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제가 메모한 것들을 적어 볼게요.



01 던바의 수(Dunbar's Number)

인간의 친구 관계(긴밀한 사회적 관계)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던바의 수'가 가리키는 150이라는 숫자는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긴밀한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를 의미한다.

만일 밀접하게 교류하는 친구가 500-1,000명 정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둘 중 하나예요. 사회적 천재이거나 정신이상자. 온정일 SNS에 매달려 살고 있을 테니까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공부도 해야 하고, 직장도 다녀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잖아요. 실제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SNS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진짜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던바의 수 150은 결코 작은 수가 아닙니다. 037



02 외로움(Loneliness) vs 고독(Solitude)

외롭다는 것은 고립되어 있다는 주관적인 느낌, 그리고 고독은 외롭다는 느낌 없이 홀로 있는 상태, 즉 자발적 외로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기분이 좋다가도 순간 외로울 때가 있잖아요? 그것 또한 정상입니다. 감정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거죠. 067



03 상호의존적 자기와 독립적 자기 비교

상호의존적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은 주변의 네트워크로 자신을 규정하는 특성을 지닌다. 독립적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의 경우 주변의 관계보다는 자신이 지닌 속성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는 것.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고, 누구에게나 좋은 평판을 얻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위대한 예수도 자신의 동네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색깔을 입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인생극장에서 주인공은 관객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임을 잊지 마십시오. 092



04 경쟁에 대한 인식

경쟁 트랙에 빨리 올라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보았듯이, 경쟁에 대한 인식입니다. 남과 비교하고 서열을 정하기 위한 경쟁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사회일수록 행복은 모두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패자는 사회적 낙오자가 돼 승자를 원망하며, 결국 남의 자원을 빼앗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성숙한 사회에서 패자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승자는 타인을 이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116



05 에고 네트워크(ego-network)와 의사결정

에고 네트워크란 자기의 절친 다섯 명의 이름을 적게 한 후에 그들 간의 관계를 표시한 네트워크,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와 예측 사이의 상관관계를 실험한 결과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될 가능성이 크고, 반면 밀도가 높은 사람은 새로운 정보와 의견을 듣기 힘든 폐쇄된 네트워크 속에 있게 되므로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줌.


과학은 여러분의 사회성 고민이 여러분만의 것이 아님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보편적 특성과 개인 차이를 모두 다루는 현대 과학은 여러분 개인의 사회성에 관한 고민을 우리 모두의 고민으로 승화시킬 것입니다. 사회성이야말로 오늘의 과학이 반드시 다뤄야 할 인간의 본성입니다. 185


책에서 제시해 주는 어려가지 과학적 근거들과 실험으로 증명된 것들로 우리는 이미 사회적 능력의 최대치로 이 사회에서 버티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 어떻게 지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자는 스치는 사람들, 관계 유지에 너무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애쓰지 말자고 조언합니다. 이런 조언이 많은 위로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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