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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Oct 08. 2022

지구 끝의 온실

2129년, 아주아주 먼 미래 이야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소설 속의 사람들은 먼 미래에서도 인간적이고,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사이보그와 로봇이 즐비한 미래에서도 인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SF 소설이에요. 우리가 바라는 미래이기도 하지요.




쫓겨난 내성종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기이한 소문이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의 케퐁 지역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두 시간쯤 차를 타고 달리면, 도피처가 위치한 숲이 나온다고. 그 도피처는 지하에 감춰져 있거나 돔으로 덮여 있지 않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것을 그대로 맞으며 더스트 이전의 마을처럼 그저 놓여 있는데, 내성이 없는 사람들도 그곳에서는 멀쩡히 살아간다고. p012



1장 모스바나

아영은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 일하고 있는 식물생태학자입니다. 2129년 어느 날, 폐허인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인 모스바나가 증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어릴 적 본인이 이희수의 정원에서 목격한 식물과 그 식물에서 보았던 푸른빛을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이 식물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p082




2장 프림 빌리지

먼 미래가 오기 전 지구는 피부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더스트로 인간과 동식물이 죽어 나가고, 이 더스트에 내성이 있거나 불완전한 내성이 있는 인간들은 군데군데 작은 돔을 만들어 삶을 이어 나가는 더스트 시대를 살아갑니다. 곳곳에 돔을 만들어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프림 빌리지라는 곳에 아마라와 나오미 그리고 식물학자 레이첼과 그 레이첼을 돌보던 지수가 있었습니다. 지수의 설득으로 레이철은 프림 빌리지 사람들에게 더스트의 대항종인 모스바나 종자를 나눠주게 되고, 그들은 그 종자를 가지고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p242




3장 지구 끝의 온실

아영은 프림 빌리지의 나오미를 만나 프림 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의 조각들을 맞춰가고,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 냈는지도 알게 됩니다.

지수가 정말로 레이첼에게 멸망에 대한 책임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솔라리타 연구소 소속이었다고 해도 이 사태가 연구원 한 명의 의지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솔라리타의 대책 없는 연구자를 부추긴 건 기후 위기를 간단한 솔루션 하나로 해결해 보려는 데에 얄팍한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 전부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인류를 구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건 지수도 마찬가지였다. 돔 시티 안팎을 돌아다니며 지수가 도달한 결론은, 인간은 유지되어야 할 가치 있는 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295




김초엽과 김원영의 대담집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고 저는 김초엽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초엽 작품을 찾아 몇 개의 단편과 장편을 읽었지만 어려웠다고나 할까요? 우울했다고 할까요.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생각되는 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식물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는 상상, 먼 미래에도 인간은 인간임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기대, 그들의 용기와 마음소설을 읽는 동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재미있고,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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