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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Sep 21. 2022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세상에 모든 왕따, 은따, 스따들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소설, 길이도 딱 귀엽게 199페이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오렌지 계열의 따뜻한 색감으로 디자인한 표지 그리고 제목도 누구나 궁금해하며 읽고 싶게 만드는 비.밀.글.




온갖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답문은 없었다. 당연한 일인데 조금 서운했다. 뭐, 괜찮다. 어차피 마지막 문자는 내 몫이니까. 019


주인공 다현이에게 지금 다섯 손가락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이 친구들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많은 부분을 이 친구들에게 할애하며 살아갑니다. 톡방에서 본인이 소외될까 봐 늘 전전긍긍하면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현이는 이 모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만이 다현이의 역할이죠. 그러던 어느 날, 마을신문을 만드는 모둠에서 다섯 손가락이 아닌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문제는 그중에 다섯 손가락 아이들이 싫어하는 노은유가 포함된 것이죠.


스르르 내 마음속 어딘가의 빗장이 풀렸다. 맞아. 나도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어. 나 원래 거짓말로 상황 모면하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 대체 내가 왜 비겁한 짓을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그리고 맛있는 빵도 진짜 먹고 싶어. 그런데 다섯 손가락 친구들한테 뭐라고 변명하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 뭐. 041


거짓말로 둘러대고 모임에 가지 않기로 했던 다현이는 우연히 빵집에서 모둠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은유네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실 다현이는 처음부터 모임에 가기 싫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섯 손가락 친구들 눈치를 보며 가고 싶었던 마음을 참고 있었던 것이지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후 사정을 자세히 적어 단톡방에 올리는 거다. 그런데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았다. 이 일은 단톡방에 올릴 사안이 아니라는 걸. 가벼운 수다처럼 툭 던지듯 잘 쓸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끝내 무플이면 어쩌라고. 나는 무반응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052


모임에서 의외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스럽습니다. 걱정대로 이 사건을 시작으로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친구들에게서 조금씩 소외되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 다섯 손가락 친구들이 제일 싫어했던 황효정이 갑자기 이 무리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 갈등 속에서 다현이는 무척 괴로워합니다. 제일 믿었던 설아와의 관계마저도 벌어지게 되지요.




여태까지 설아 넌 날 그렇게 생각한 거구나. 알았어. 그만두자. 나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랑 말 섞기 싫어. 참고로 말하는데 나, 은유한테 줄 선 거 아니야. 나는 누구 줄에 설 생각 없어. 누구 패거리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난 그냥 길고양이처럼 혼자 다닐 거야. 162


설아와 한바탕 설전을 치른 뒤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단톡방을 나오고 맙니다.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한 시간이지만, 다현이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체리새우 블로그가 있었습니다. 모든 글을 지금까지 비밀글로 적으며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는데 드디어 블로그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죠.


생각해 봤는데, 나를 싫어하는 애들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하더라고. 노력해도 그 애들의 마음은 돌릴 수 없어. 그래서 결심했어.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만 신경 쓸 거야.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으면 그냥. 내가 먼저 좋아할 거야. 179


다현이는 왕따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왕따가 되어도 좋고, 은따가 되어도 좋고, 스따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제 다섯 손가락 아이들과 단톡방에서 그들의 눈치를 보며 불합리한 일들을 견디며 지냈던 시간을 마무리합니다.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해하며 지내는 것보다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매우 훌륭한 결과를 낳게 되었어요. 의외로 체리새우 블로그는 반응이 좋았습니다. 짝사랑하는 현우도 자신의 블로그를 보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다현이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인생의 어려운 숙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를 잘 알아서 척척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어른들도 똑같이 왕따, 은따와 스따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똑같이 괴로워요. 그런 상황에 놓이면 똑같이 외롭답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이런 갈등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 왕따, 은따, 스따 때문에 너무 우울해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연습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날이 분명히 온다는 것. 잊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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