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외면일기

2023 프로젝트

by 이유진

갑자기 엄마에게 갈 일이 생겨서 간 김에 수현을 불러냈다. 엄마에게 갈 때면, 가는 길에 만나야 할 사람은 많은데, 항상 그 많은 사람을 제치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그녀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디서 만날까를 고민하다가 스타필드 하남이 당첨되었고, 그녀는 점심으로 함박스테이크를 나는 냉면을 먹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으러 가는 길은 매우 멀었다. 우리를 유혹하는 매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서점이었다. 정말 오랜만의 서점이었다. 수현은 시내에 나갈 때마다 교보에 들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마지막 오프라인 서점에 간 게 한 3-4년은 된 것 같았다. 서로 신이 나서 이거 읽어봐 저거 읽어봐, 나 이거 읽었어 저것도 읽었어를 주고받았다. 서가 사이를 돌려고 하는데 수현이 물었다.


"너 요즘은 글 안 써?"


그녀는 마치 유명 작가에게 근황을 묻는 것처럼 내게 질문했는데, 나는 꼭 글을 엄청나게 쓰다가 잠깐 쉬는 작가처럼 대답했다. "그냥 일기 써"라고. 능청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나의 대답에 나 스스로 웃었지만 대답이 너무 민망해서 돌아보지는 않았다. 근데 나는 정말 브런치 작가이고, 일기를 쓰기로 했으니까 내 대답이 거짓말은 아닌 것으로 하겠다. 그리고,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을 내 2023 프로젝트로 결정했다는 말은 못 했다. 더 큰 프로젝트가 내게 있기 때문이다.


소제목으로 임잉아웃.이라고 적고 싶었는데 그 단어는 이미 임신한 것을 밝히는 단어로 쓰고 있어서 적지 않았다. 내가 2023년에 임용고사를 보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이로써 수현은 나의 임용고사 준비를 알게 된 세 번째 사람이 되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임용 TO가 너무 줄었고, 그래서 경쟁률도 높아졌고, 나는 나이도 너무 많고, 공부에서 멀어진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애도 없고 그래서 시간도 많고 딱히 할 것도 없고, 기간제 교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상황에서 한 번쯤은 예의상 시험을 봐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해주었다. 얼마나 교만한 이유인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절실하지 않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거라는 말로 그 순간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것 같다.


박민규는 이렇게 말했다. "쉬엄쉬엄 밴드 연습도 하며, 밥 먹고 글 쓰고 놀며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있다. 누가 물으면, 창작에 전념한다고 얘기한다. 말로는 뭘 못해.라고 모두를 방심시킨 후, 정말이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라고. 그래서 나도 놀면서 쉬엄쉬엄 하고 있다고 거짓말하면서 정말이지 최선을 다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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