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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Mar 14. 2023

야생조직과 학교

요즘 매일 쓸데없이 경기도 교육청과 전라북도 교육청의 구인란을 네이버 메인 홈만큼이나 자주 들어가 본다. 난 이미 현재 학교에서 6개월을 더 연장하기로 구두계약을 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어디 어디인지를 매일 새로고침하고 있다는 말이다. 왜 이러는 걸까?


매해 2월이면 기간제들을 대거 이동한다. 운이 좋게 미발령학교에 있는 기간제 교사들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여 4년까지 근무하고, 그 이후에도 다시 지원해서 성공하면 다시 계약을 할 수도 있다. 4년을 근무한 학교에 다시 재지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정교사 발령이 나서 혼비백산 됐다가 다시 그 정교사가 바로 육아휴직을 하는 바람에 재채용에 성공한 경우도 보았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일들은 경기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경기도에 수많은 사서교사 기간제 채용 공고가 올라올 때 전북교육청에는 채 10건도 되지 않는 공고가 올라왔고, 이 마저도 6개월 계약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분명 미발령 학교임을 알고 있는데도 왜 6개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북은 채용의 질이 굉장히 낮다는 것만 파악하게 되었다. 그래서 6개월 계약이 종료되면 바로 경기도로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을 지금부터 단단히 마음먹어야겠다. 지금 바로 옮기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또 피차 행정에 혼란을 야기하는 일도 별로 하고 싶지 않고, 또 남편도 엄마도 준비가 안되었을 테니 한 학기 동안 잘 설명하고 준비해서 올라가 봐야겠다.




정수현이 수영모자를 사면서 내 것도 같이 샀다며 택배를 보냈는데, 뜯어보니 손 편지가 있었다. 오빠가 지켜보고 있어서 꾹 참았지만, 아마 혼자였다면 분명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수현이는 편지에 나는 생각도 나지 않던 내 이야기를 적어주었다. 내가 수현이 전공책에 학번과 이름을 적어 주었다는데 기억에 없다. 본인이 수영을 배울 때 물에 뜨지 않는다며 울며 전화한 이야기는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뭐라고 답을 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서 다음에 수현이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이런 잔잔한 감동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늙어가는 것 같다.


고맙다고 전화를 하다가 전북에는 기간제 자리가 이렇게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2학기에는 경기도로 올라가야겠다는 말도 같이 했다. 그러면서 정말 야생에 던져진 기분이라는 말을 했는데, 얼마 전 배운 교육행정의 조직유형론에서 칼슨의 봉사조직 유형이 생각났다. 정말로 칼슨의 봉사조직 유형에는 야생조직이라는 개념이 있다. 반대되는 개념에는 사육조직 또는 온상조직이라고 부르는 조직이 있다. 조직론에는 조직유형에 따라 학교조직이 어디에 속하는지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칼슨의 봉사조직 유형은 고객의 참여결정권과 조직의 고객선택권의 여부에 따라 봉사조직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중에서 우선 사육조직(온상조직)은 조직이나 고객 모두 선택권을 갖지 못하는 조직을 말하며, 법적으로 보장을 받고 있는 조직이다. 공립학고, 정신병원, 형무소 등이 해당된다. 그리고 야생조직은 조직과 고객이 독자적인 선택권을 갖는 조직을 말하며, 이때 살아남기 위해 경쟁이 필수인 조직이다. 대학교, 개인병원, 자사고나 특목고 등이 해당된다. 학교도 나에게 선택권을 갖지만, 나도 학교에 선택권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칼슨의 봉사조직 유형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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