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비용

by 이유진

나의 불안과 후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엄마가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 전부터 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나는 결혼 후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남편의 회사 근처에 있는 공공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공공임대 기간이 끝나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부부가 모두 무주택이어야 했고, 결혼 전에 구입한 내 명의의 아파트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짧은 생각으로 잠깐 매도했다가, 다시 사면되지 뭐.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첫 번째 나의 실수였다.


경기도 집을 팔자마자 서울, 경기 집값은 매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했고, 이때부터 나의 불안이 커져갔다. 이 작은 시골 한구석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경기도 집을 날렸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자책하기 충분했다. 더욱 큰 괴로움은 평생 전세라고는 모르는 엄마를 전셋집에 모신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할머니들이 그렇듯, 엄마는 이 아파트를 떠날 수 없었다. 이미 엄마는 엄마가 속해있는 소사이어티 구성원들과 너무 친밀해졌고, 이 사회 속에서 너무 안락한 노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대로 다시 돌려놔야 했다. 자책만 할게 아니라 나는 어떻게든 다시 집을 사야 했다.


하루가 지나면 천만 원씩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집을 사는 것도 큰 두려움이었다. 누군가는 아파트 옆에 지하철이 개통된다는 말을 했고, 알고 보니 이 아파트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초품아뿐만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 품고 있는 아파트였던 것이다. 그것도 길을 건너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아파트였다. 나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결국 부동산에 연락해서 집을 보지도 않고, 동 호수만 확인한 채 계약금을 걸었다. 같은 아파트에 다른 집을 사고 만 것이다. 지금 나의 선택이 잘 못된 선택이라고 해도 지금은 나에게 이 선택이 최선이다.라는 마음으로 나는 두 번째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불안과 후회는 다시 시작되었다. 마치 나의 불안은 매년 찾아오는 연중행사 같았다. 나의 판단착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있고, 그리고 진행형이다. 후회에 후회를 반복하는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고, 24시간 중 1시간도 잠들기도 어려울 만큼 불안했다. 처음이었다. 집 가격은 점점 내려가다가 결국 내가 산 가격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도대체 나는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회 같은 것은 이제 하지 말아야 했다. 불안에 휘둘리다 더 좋지 않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고, 엄마는 좀 더 나은 집으로 지금 이사를 하게 되었고, 엄마 인생에는 다시없을 인테리어가 막 끝난 예쁜 집에 살게 되었으니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후회를 하는 일보다 나는 지금 보관이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슬라이딩 붙박이 장은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고, 에어컨, 김치냉장고, 식탁과 거실장 사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지금은 잘못된 선택을 이라고 자책하고 있지만, 그 결정이 오롯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여부는 지금 알 수 없다. 그건 미래의 몫이니 미래에 맡겨 두기로 하자.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언제나 정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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