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
누가 요즘 책을 읽는가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있는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다. 막연하게 지금은 책이 더 중요한 시대, 너희들에게는 지금 휴대폰보다 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허무한 나의 부르짖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귀한 이유를 선물해 준 작가에게 너무 감사해하며 소중한 글을 읽었다.
1. 잃어버린 즐거운 읽기 경험을 찾아서
-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 글을 찾는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텍스트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말은 어떤가. 사람들은 텍스트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해 텍스트가(영상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나쁜 텍스트'를 싫어하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는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와 자극적인 표현, 혐오와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글, 무의미한 광고 목적의 글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공들여 읽을 만한 텍스트를 마주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텍스트 읽기 경험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진실하고 재미나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양질의 텍스트를 읽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읽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반경 안에서 좋은 텍스트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그것을 읽을 여유도 없고, 나아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좋은 텍스트를 찾아낼 안목과 지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2. 책은 [ ]다
- 책은 알고리즘의 대항이다
세스 고딘은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의 읽기 경험을 비즈니스 모델로 아주 간단하게 환원해 보자. 물고기(유저)들이 수조(플랫폼)를 떠돌아다니면서 돈이 되는 개인 정보를 흘리고 가끔 광고를 누르는 식으로 직간접적인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때 플랫폼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읽기 경험이 아니다. 당연히 좋은 글엔 취재비나 원고료가 들고 검증하는 데도 돈이 드는데, 이런 글을 말초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눈길을 붙잡아 두기 어렵다. 수익을 위해선 오히려 신빙성이 없고 질이 낮아도 자극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계속 다른 링크로 넘어가며 최대한 오래 떠돌게 하는 글을 올리는 편이 이득이다.
- 책은 가치 있는 텍스트를 모은 방주다
도서관학 문헌정보학의 역사는 곧 인류가 방대한 정보 가운데 필요한 것을 어떻게 갈무리해 두고 어떻게 제때 찾아서 간편히 꺼내 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이자 노력의 역사다. 어떤 매체의 가치에 대해 말할 때 그 매체가 담고 있는 내용물의 가치뿐 아니라 분류와 보존 노동, 접근 가능성의 문제를 함께 바라보아야 할 이유다.
도서관은 단지 그곳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지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조용한 환대의 장소이다.
- 책은 믿을 만한 지식의 지도다
우리는 통상 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정보이고, 인터넷은 비교적 '쉬운' 정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대체로 쪼개진 정보이고, 책은 어떤 정보를 특정한 수준의 지식을 가진 독자를 상정해 가공하고 특정 맥락에 따라 조직한 지식이다.
한편 책은 저자를 포함한 수많은 '보조자'들이 '정보'를 '지식'으로 구조화한 결과물이다. 책이 의미를 갖는 것은 책 생태계를 가꾸는 수많은 사람 덕분이다.
꼭 디지털 시대가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개인'에게 정보는 항상 과잉 상태였다. 세상에 단 일만 권의 책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생전에 그것을 제대로 다 읽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중에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오랫동안 굉장히 큰 문제였다. 그것이 바로 정보문헌학의 역사이자 도서관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때 길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메타인지, 즉 지식을 생성하기 위한 자기만의 키워드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가장 간편한 방식은 책이라는 지도를 들고 들어가는 것이다.
3. 도구로서 책 읽기
- 읽기와 쓰기를 연결하는 메모법 : 독서 일기에서 서평까지
내가 메모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메모란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자식의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하기 위한 전 단계라는 점이다. 또한 가능한 한 일기를 쓰듯 솔직하게 쓴다면, 모든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 때문에 실은 책을 읽고 난 뒤 쓰는 것이 일기인지 독후감인지 서평인지는 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니, 서평을 넘어 기사가 될 수도 있는 재밌는 작당 기획 혹은 나만의 책이 될 수도 있다. 성실하게 만든 개인화된 메모뭉치는 언제나 '책 그다음'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