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탁구선수

by 이유진

레슨을 시작한 이후로는 탁구장에 가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매일 다섯 시 반 퇴근 후에 집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탁구장으로 가서 연습-레슨-게임을 반복하고, 회식이 있는 날이면 회식을 마치고 연습-레슨을, 여름휴가 3박 4일은 특별 레슨을 신청해서 탁구장에서 살았다. 레슨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나는 드디어 제대로 된 스텝과 스윙을 가질 수 있었고, 작은 협회에서 매달 개최하는 정기리그전에도 출전할 수 있었다. 구청장배, 서울 시장 배 등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마다하지 않고 모두 출전했고, 성적도 조금씩 내기 시작하고 아주 가끔 우승을 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내가 무엇에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백화점에서 립스틱을 사려고 들었다가 아니야 앞면 러버를 바꾸자! 라며 립스틱을 내려놓는 삶을 살고 있었다. 모든 스케줄은 레슨을 피해 정해졌고, 내 세상의 중심은 탁구장과 탁구장 사람들로 바뀌었다. 엄마는 내게 선수될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핀잔을 주었다. 티브이, 드라마, 쇼핑 그리고 남자가 더 이상 나에게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난 정말 이상한 여자가 된 게 분명하다.


기쁨, 행복, 즐거움, 감동, 실패, 좌절, 시기, 질투 그리고 사람들. 이 모두가 한 곳에 뒤섞여 지금 내 앞에 놓여있다.


그렇지만, 늘 즐겁지만은 않았다. 레슨을 시작하면서 훈련일지라면 일기 같은 것을 적었는데, 어느 날의 일기에 "기쁨, 행복, 즐거움, 감동, 실패, 좌절, 시기, 질투 그리고 사람들. 이 모두가 한 곳에 뒤섞여 지금 내 앞에 놓여있다."라고 적혀있었다. 탁구라는 운동이 내 삶에 의미 있는 무엇이 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기쁨과 행복, 즐거움과 감동을 얻게 되었지만 실패와 좌절, 시기와 질투를 누구보다 많이 그리고 깊이 가지게 된 것이다. 이 감정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복잡한 감정들은 탁구라는 운동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 나는 지금 탁구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고, 탁구를 배우는 것이라고 내 마음을 정리했다.


이렇게 나처럼 취미로 탁구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들을 생활체육 탁구 선수라고 부른다. 엄마의 핀잔처럼 이제 나는 어엿한 탁구 선수가 되었다. 선수들이 입는 버터플라이 티셔츠도 입고, 선수들이 대회에 신고 나오는 운동화도 따라 사봅니다. 코리아 오픈대회가 열리면 체육관으로 달려가 응원하는 탁구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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