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쇼핑 그리고 남자가 더 이상 나에게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나는 정말 이상한 여자가 된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는 말에 응원해주었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걱정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 있다.
사실, 내가 속해있는 이 세계는 간단하지 않다. 냉정하고 치열하고 때로는 잔인하기도 하다. 눈빛 하나로 상대의 기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흔하고, 네가 패해야만 내가 승할 수 있는 무서운 세계이며, 이긴 사람을 박수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고개를 떨구고 마는 그런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나를 포장하고 감추는 일이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적당히 나를 꾸미고, 나를 단장하는 일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 본질 그대로가 나도 모르는 순간에 드러나는 것을 각오해야만 하는 곳이 바로 이 세계이다.
물론 내 모습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니 다른 사람의 가식적인 모습도 볼 수 없기에 감정이 정직하게 표현되는 곳이라고 위로할 순 있지만, 꼭 그것이 바람직한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못난 나의 모습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하고, 때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비난도 수용해야 하는 곳이다. 내가 이런 거까지 신경 쓰며 취미활동을 해야 해?라고 고민도 하게 되지만, 나는 여기에 탁구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탁구라는 운동은 꾸준히 나를 갈고닦지 않으면 안 되는 운동이었다. 한쪽 발만 걸치고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운동이며, 단단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게 쓰러져버리고 좌절해버리는 것이 탁구였다. 그러니 모든 일에 있어 언제나 한 발만 담고 언제든 도망 나올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내 못난 모습과 이제야 서툴게나마 정면승부를 하게 된 것이다. 또 이 안에는 내가 느끼고 싶지 않았던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패배에서 오는 쓴 맛과 나 스스로를 책망하는 일, 이로 인해 낮아지는 자존감, 이유 없는 경쟁과 대상 없는 시기와 질투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는 나를 스스로 다스리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완성된 모습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이 시간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성과라면 성과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발견하게 하고, 나를 변하게 하고, 내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세계 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탁구의 세계는 나에게 충분한 매력덩어리가 분명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결속인지 모른다. 같은 고민을 하는 줄 알기에 지켜보기도, 힘들면 옆에서 손을 잡아끌어주기도 하는데, 가끔 이럴 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나의 탁구 생활도 언젠가 마지막 날이 오겠지만, 내가 느꼈던 이 과정의 즐거움은 나를 처음 불렀던 초보 환영이라는 간판의 불처럼 내 마음에 영원히 깜빡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