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소설 같은 이야기

by 이유진

스무 살에 여자를 처음 보았던 남자는 서른이 되어서도 그녀의 스무 살 모습을 기억하려고 했다. 남자가 보았던 그때의 여자는, 바른길을 얌전하게 걸어 나가는 아이였고, 만사가 긍정적인 아이였고, 인생의 굴곡 같은 건 경험도 해보지 못한 그런 유약하고, 순진한 아이였다. 당신이 특별하게 여기고 나는 과거에 당신이 당신 마음대로 만들어놓은 나일 뿐이라고 여자는 말해봤지만, 남자는 알고 있다며, 그래도 그게 어디 가겠냐며 지금의 여자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어려움을 남자에게 말해주게 되었고, 그만큼만 위로받았다. 슬펐다. 정말로 말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는 묻어두었고, 그리고 결국 자신의 깊은 곳까지 그를 데려오지 못한 채 안녕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자는 지금의 남자가 자신이 스무 살 때 보았던 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었던 그때의 다정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부러지면 부러지지 꺾이지 않겠다는 매서운 눈빛도 어느 정도 휘어져 버린 지 오래라는 것, 여자가 스무 살 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던 그는, 이제 주변의 같은 또래의 남자들처럼 얼마간의 카드값과 부모님의 무게를 알게 모르게 견디며 살고 있고, 그래서 가끔 쓰러질 때까지 술도 마시지만, 서울 어디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침엔 해장국을 떠먹으며 다시 마음을 다지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날 잊어 라며 남자가 떠났고, 난 네가 괜찮은 사람이 아닌걸 이미 알고 있었던데 왜 그래 라며 여자가 눈물을 훔치고 마는 삼류소설처럼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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