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석 달 후, 장롱면허를 꺼냈다.
나의 직장 교육청 소속 도서관은 시립도서관과 달리 여러 도시에 흩어져 있다. 왕복 2시간 반가량의 대중교통 이동시간과 2번의 환승은 꽤 힘든 일이라 엄마가 타던 중고차를 인수해 운전을 시작했다. 편안함에 더해 운전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바뀌는 풍경 보며 음악을 듣는 일은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대중교통 이용하며 손에 들었던 책 대신 운전대를 잡아야 해 아쉽지만, 출근길 듣는 경제 라디오는 책 못지않은 통찰력을 준다. 주말이면 운전해야만 갈 수 있는 풍경 좋고 조용한 카페에 달려가는 것, 여행을 위해 다른 도시로 운전해 가는 것 모두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하나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어느 순간, 나는 파이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텔레비전 고민 사연에서나 보던 운전대만 붙잡으면 돌변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니!
『숲 속의 자본주의자』(박혜윤 저)에 소개된 나쁜 버릇 고치는 법이 하나 있다. 고치고 싶은 행동과 즐겁지 않은 일을 연결하는 생각 회로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에게 화내는 것과 자기 쾌락을 위해 학대하는 악마 같은 학대범을 연결하는 생각 회로를 만들어 아이에게 화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운전 중 험한 말이 나오면 내 입을 때리는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무심코 내뱉기만 할 땐 몰랐는데 찰싹찰싹 감각으로 느껴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더 자주 험한 말을 하고 있었다. 이 무식한 방법의 효과는 극적이었다. 2~3일 만에 하던 욕이 모두 중단되고 순화된 말이 나왔다. 가령, 앞차가 답답하다고 투덜대던 말에서 “친구야 우리 조금 빨리 가보자”라던가.
나의 의지만 믿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고치고 싶은 행동과 즐겁지 않은 일을 연결 하는 뇌 회로를 만들어 되뇌고 끊임없이 내게 주입하는 것이 더 확실하고 즉각적인 방법이다. 적어도 나쁜 말 쓰는 습관을 고치는데엔 이 방법이 큰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