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4. 뇌 자동화(뇌 최적화)
영상이 지니지 못한 지면만의 에너지가 있다.
지면의 글을 읽을 때, 뇌는 그 내용을 시뮬레이션한다. 뇌는 실제 경험과 이 시뮬레이션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독서는 간접경험보다 직접경험에 더 가깝다. 지면이 갖는 에너지는 독자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몰입시키는 힘에 있다. 영상은 이 중 가장 중요한 시각과 청각 주도권을 시청자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보여주는 그대로 보고, 들려주는 그대로 들으라 한다. 그래서 영상에는 에너지가 흩어져 있지만 지면에는 에너지가 집약되어있다.
결정적 위기의 순간, 아드레날린으로 두근대는 심장을 더 쿵쾅거리게 만드는 사운드는 영화에서 클라이맥스를 표현하는 중요 요소다. 영화 「슬램덩크」 클라이맥스에서는 반대로 모든 사운드를 제거하고 시각적 요소로만 극장을 꽉 채우며 더 극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정적은 짧은 클라이맥스의 순간을 영원과도 같은 시간으로 바꿔주고, 정적 후 찾아오는 환희를 더 증폭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영상이 지난 한계를 넘어 지면이 주는 에너지를 가져간다. 청각의 제거는 관람자가 주인공과 함께 긴장하는 자신의 체험에 더 집중하게 한다. 시끄러운 사운드로 그 체험을 방해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집약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