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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C Jan 31. 2023

창의성은 어디서 올까?

에리히 프롬(『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저자)은 창의적 자세의 전제조건으로 감탄하는 능력을 꼽는다. 예를 들어 과학의 천재성이란 바로 놀라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격하고도 놀라지 않으며 감탄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는 현상을 학자가 관찰한다. 그에게는 감탄하는 능력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 그에게는 문제’가 되고 그는 ‘생각과 작업’에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발전의 시작’이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앞으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빠른 적응을 위한 창의성과 유연성이다. 이런 때 감탄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감탄하는 능력은 ‘마음속 깊이 탄복’함으로써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작은 멸치는 거르고 큰 물고기만 남기는 뜰채가 있다고 하자. 한 어부의 목표는 큰 물고기를 집에 가져가는 것이다. 이 뜰채로 필터링을 거쳐 작은 멸치를 떨구고 큰 물고기만 뜨는 활동이 일반적 어부의 모습이라면 은빛으로 생명력 있게 펄떡거리는 멸치 떼의 반짝임을 보고 탄복하는 어부가 감탄 능력이 있는 어부다. 왜 멸치는 작고 떼 지어 있을까? 햇빛을 받아 번쩍이게 하는 저 비늘은 왜 푸를까?라는 감탄에서 멸치에 관한 창의적인 연구가 시작될 수도 있고, 시를 쓰거나 글을 쓸 수도 있다. 감탄하는 태도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가져온다.


내 동생과 6살 조카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동생과 나는 커피를 포장해 함께 곁들일 목적으로 조각 케이크를 사오기로 했다. 그런데 조카는 홀케이크를 사달라며 매우 울었다. 셋이 먹기에 너무 과했던 케이크를 우리는 사주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내가 사서가 되고 조카가 7살이 되었을 때, 내 조카가 도서관 연말 프로그램 ‘케이크 만들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초등 3~4학년 언니, 오빠들과 함께하는 수업이었는데, 맙소사! 온갖 재료를 탑처럼 쌓아 올린 학생들에 비해 조카는 절제된 데코레이션으로 팔아도 좋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의 케이크를 만들어냈다. 그때 나는 과거에 조카가 왜 홀케이크를 고집했는지 이해가 됐다. 이 친구는 홀케이크를 관찰하고 감탄하고 싶은 것이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케이크를 만들려면 먼저 케이크의 미적인 즐거움을 알아야 한다. 내 조카는 홀케이크를 통해 아름답고 예쁜 것에 대해 감탄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나이이므로 우리에게 그저 떼를 쓰는 모습으로만 비쳤다. 감탄하려면 경험과 관찰이 필요하다.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당연히 여기는 일상의 많은 장면을 의식적으로라도 생경하다는 듯 관찰해보면 그 안에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와 호기심들이 떠오르고 이는 바로 감탄과 창의성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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