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C Jan 31. 2023

뒤처리 가사노동론

요리는 하고 싶은데 설거지는 하기 싫다.

이때 어떻게 하겠는가?


설거지하기 싫으니 요리를 포기할 것인가? 요리하되 꾸역꾸역 설거지할 것인가? 답은, 요리는 내가 하고 설거지는 다른 사람이 해주면 된다. 그럼 나는 요리를 즐기고 상대방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맛있는 음식도 얻어먹는데 설거지 정도야 식후 소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뒤처리가 귀찮아서 망설여지는 일들이 가사노동에는 특히 많다. 세제 넣어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너는 것까진 하겠는데 이미 널어놓았던 마른빨래 정리하기가 귀찮다. 청소를 말끔하게 하고 나서도 기력이 소진해 청소 도구들을 갖다 정리하기가 귀찮다. 이때 상대방이 그 마지막 귀찮은 일을 처리해주는 결정적 역할을 해주면 된다. 이는 큰 노동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방의 애정을 얻는 가성비 높은 활동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첫 질문에 제시된 요리를 하고 싶은데 설거지는 하기 싫은 사람이 바로 내 배우자다. 내가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마 배우자는 지금까지 해온 많은 음식을 요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결정적(?) 역할 덕분에 배우자의 요리 실력은 크게 늘어 나는 점점 더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있다. 마치 왼발은 뗐는데 오른발이 너무 무거워 걸음을 나아가지 못할 때, 상대방이 오른발을 옮겨주는 격이다. 이 행위가 반복되면 우리는 결국 같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맛있는 퇴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