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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C Feb 23. 2023

주말마다 다투는 주말부부

그 남자 요리 탄생기 3부작

결혼은 가볍게 했지만, 결혼생활은 가볍지 않았다. 주말부부가 된 우리는 주말마다 다퉜다. 옆에서 지켜본 친구는 적응해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주말에만 만나니 그 시간이 배로 걸리는 것 같다고, 얼른 합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말에만 싸우던 걸 7일 다 채워 싸우게 될 것이라, 그나마 지금은 평일 5일 휴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2년 정도 지나니 우리에게도 평화의 시기가 오긴 왔다. 점차 다투는 횟수가 줄고, 독립생활의 설렘과 행복은 서서히 무뎌지며, 주말 떠나는 남편의 바짓자락을 살며시 잡고 싶어졌다. 때마침, 우리는 기회가 되어 3년 반의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합가 하게 됐다. 언젠가 예정되었고 이젠 같이 사는 게 좋겠다 생각했지만, 막상 혼자 쓰던 공간을 나눠 쓰려니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합가 첫날, 남편이 먼저 퇴근해 와 평소 내가 푹 퍼져 있어야 할 소파를 차지하고 있으리라 가늠해본 나는 퇴근길에 조금 숨이 막혔다. 남편이 서운해할까 봐 마음을 다잡고 표 내지 않기로 하고 집에 들어갔다. 남편의 단골 미용실 원장님은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할 수 있다며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던데 우리 조상님은 아마 3대까진 아니고 1대 정도 덕을 쌓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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