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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Feb 18. 2022

에미와 케이티, 케이티와 에미

<투명인간 에미/테리 리벤슨/비룡소,2019>

"선생님이 책 빌려 오래요."

전학 온 6학년 친구가 도서실을 찾았다. 한마디 덧붙인다.

"저, 책 안 좋아하는데..."

엄마도 책 읽기를 바라시지만 자기는 재미없단다. 빠져들어 읽어지지가 않는다고.  <별맛 일기> 1,2편을 추천해주었다. 반응이 꽤 좋다. 만화 형식에, 가뜩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 이야기가 나온다며 신세계를 맛본 듯 연신 밝은 표정이었다. 그 후 몇 차례 재대출을 하거나 비슷한 책 없냐고 물어왔다. 책 읽기를 꺼려하는 초등 고학년 친구들에게 만화 형식의 그래픽 노블은 책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좋은 미끼가 된다. 적절한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까지 있다면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투명인간 에미>는 그래픽 노블이다. 주인공은 중학교 1학년,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투명 인간처럼 존재감 없는 아이다.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말수는 적다. 운동도 별로고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남의 뒷담화를 하거나 농담 따먹기 등의 수다도 없다. 목소리도 작다.  등은 구부정해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세라 시선은 땅을 향하고 있다. 이런 에미에게 학교생활이 즐거울 리 없다. 그에 반해 같은 반 아이 케이티는 활동적이다. 공부도 잘하는 데다 운동까지 선수다. 적극적이며 성격까지 다정해 케이티 주위에는 늘 친구가 꼬인다. 이야기는 에미와 케이티 입장에서 학교 수업 시간의 흐름에 맞춰 번갈아 전개된다.


체육 시간을 맞는 에미와 케이티 (본문 68~69쪽)


작품에서 표현된 그림체와 색깔, 글씨체도 두 아이의 극명한 대비를 드러낸다. 에미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림도 작고 무채색 느낌에 가깝다. 글씨체도 소심해 보인다. 케이티 입장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그림도 시원시원, 칼라풀하다. 글씨체도 크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에미는 케이티가 부러움을 너머 동경의 대상이었을 게다. 반면 케이티는 에미가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을까. 별로 부딪힐 일 없는 둘의 성향은 한 남자아이를 동시에 좋아하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갈등을 낳는다. 하필 이런 때 실수를 반복하는 건 왜 에미의 몫인지. 그러나 걱정 마시라. 반전의 감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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