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학교 가는 날/송언/보림, 2011>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이 좋다.
영화 <기생충>, <어바웃 타임> 등이 그랬고, 작가 손원평의 <아몬드>, 까미유 주르디의 그래픽 노블 <베르메유의 숲>도 그렇다. 보고 난 후 재미는 물론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은 즐거운 일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 좋다.
예전과 달리 매일 쏟아져 나오는 어린이 청소년 출판물 중 기억과 울림이 남는 작품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언의 <오늘의 일기, 학교 가는 날>은 볼수록 이야깃거리가 많고 여전히 보는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오늘의 일기 - 학교 가는 날>은 서로 다른 시대를 보여준다. 그림책을 펼치면 양쪽 면에 서로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입학을 앞둔 동준이와 지윤이다. 동준이는 국민학교 시절, 지윤이는 초등학교 시절-요즘의 아이다. 동준이는 공터에서 딱지치기를 하다 통장 아저씨에게서, 지윤이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엄마와 아파트 앞에서 경비실 아저씨로부터 취학통지서를 받는다. 그로부터 입학하기까지 벌어지는 일상생활과 준비 과정, 입학 후 학교 생활을 두 아이의 그림일기 형식으로 펼쳐낸다.
동준이와 지윤이가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지 않기에 대비가 선명하다. 형제가 많은 동준이는 동그란 밥상에 모여 밥을 먹고, 외동인 지윤이는 엄마 아빠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설날, 동준이네는 모인 친척 어른보다 아이들이 많은데, 지윤이네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많다. 동준이가 공터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공차기하며 정신없이 노는 동안 지윤이는 입학을 앞두고 공부를 하고 안과, 치과 등 병원에 다니고 유치원에서 선생님 놀이를 한다. 입학식 날 동준이는 코 닦을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운동장에 서서, 지윤이는 6학년 언니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입학식을 치른다. <오늘의 일기 - 학교 가는 날>은 한눈에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짜임이 있다.
동준이는 무서운 선생님을 만날까 봐 걱정하지만 생각보다 무섭지 않은 선생님을 만나 한시름 놓고, 지윤이는 예쁜 선생님을 기대했지만 할아버지 선생님을 만나 실망이 크다. 그러나 그도 잠시, "또 읽어 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거절하지 않고 따뜻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인자한 할아버지 선생님이다. 지윤이의 마지막 일기는 압권이다. '참 좋은 000 선생님'이라는 말에 뜨악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고 현재는 미래와 연결된다. 지금은 훗날 어떤 과거가 될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