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세계 책의 날' 행사를 마감하며>
2022학년도 '세계 책의 날' 행사를 운영했다. 코로나로 다소 조심스러운 상태라 도서실의 밀집도를 우려해 각 교실에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홍보물과 각종 활동자료를 만들어 교실에 배포했다. 교사와 사서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step 1은 '세계 책의 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이다. 동영상을 만들고 관련 퀴즈를 준비해 간단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했다. 동영상에 목소리를 입히는 과정이 미숙하고 쑥스러웠지만 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의도치 않게 인근 사서 선생님들이 내가 만든 자료를 활용했는데 '(사서)연구회' 이름으로 활용하기를 당부했다.
step 2는 나만의 감성 책갈피 만들기. 최대한 아이들이 글과 그림, 스티커를 활용해 스스로 작은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재료를 선정했다. 글자를 모르는 1학년 친구들은 이쁜 그림으로 완성하기도 했는데 코팅 후 돌려주는 바람에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쉽다.
step 3 은 글쓰기다. 도서관 행사 때는 어떤 형식으로던 쓸 거리를 제공하는 편이다. 짧게라도 글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책의 날'로 오행시 짓기와 '나의 추천 책'을 글쓰기 미션으로 주었다. 3~6학년이 참여했다. 그중 몇 가지.
세 : 세상에서
계 : 계속
책 : 책이 좋은 곳은
의 : 의자도 좋고 책상도 좋고 책 빌리는
날 : 날만을 기다리는 바로 우리 학교 풀초롱 도서관 (3학년 오*선)
세 : 세상에서
계 : 계획 짜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 : 책이 있다면
의 : 의심 없이
날 : 날마다 읽을 것이다. (3학년 손*영)
세 : 세상에는
계 : 계속해서 재미있는
책 : 책이 나오고, 그걸 다시 돌아보는 가장
의 : 의미 있는
날 : 날, 세.계.책.의.날. (4학년 장*준)
세 :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서
계 : 계속한다 그러고
책 : 책을 읽으라고 하는 엄마는
의 : 의자 옆에 앉더니
날 : 날 방으로 끌고 갔다. (5학년 서*)
세 : 세계 책의 날 5행시를 써야 한다.
계 : 계속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책 : 책으로 시작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
의 : 의자에 앉아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이대로
날 : 날을 새야겠다. (6학년 장*빛)
세 :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책들이 있다.
계 : 계절이 다 다르듯 책도 다 다르다.
책 : 책은 아직 어린 나에게 정말 많은 걸 알려준다.
의 : 의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 나를 도와주는 책이 정말 고맙다.
날 : 날 더욱 멋지게 만들어주고 많은 걸 베풀어주는 책이 나에겐 부모님과 같다. (6학년 강*린)
'나의 추천 책'은 모아놓고 보니 무척 많고 다양하다. 책 제목과 추천 이유를 쓸 수 있는 짧은 칸을 남겨두었는데 이유 대신 책 목록을 나열한 친구들도 꽤 있다. 평소 책을 빌려줄 때 만화책이 눈에 띄면 우려스러운 마음이 생기곤 했는데, 막상 반납한 책을 정리할 때면 그 마음이 기우였다는 걸 깨닫곤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말 좋은 책을 선정해 많이 빌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쓴 글을 보니 왠지 흐뭇하다. 아이들이 쓴 '나의 추천 책' 몇 가지.
위험한 마니또 게임 : 정말 반전이다. 흥미롭고 몰입도가 높은 책이다. 마지막은 소름이다. 꼭 봐야 한다.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시리즈) :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과자와 새로운 내용이 펼쳐진다. TV로도 방송 중일만큼 재미있지만 책으로 읽는 것도 강력 추천(마석관도 추천)
예뻐지고 싶은 거미 소녀 : 이 책의 주인공인 거미 소녀 '아리안'은 '거미는 왜 못생겼을까? 내가 예뻐진다면 사람들이 날 좋아해 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날 못생긴 벌레들을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사슴벌레 선생님'을 알게 되어 그 선생님을 찾아 방문하게 됩니다. 결국 '아리안'은 이뻐졌을까요?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통조림 학원 : 이 책은 미스터리하면서 무서우면서 재밌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이 책에 빠져버렸어요.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는데..."이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다 나쁜 기억을 기울 수 있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생각이 크는 인문학 10. 생명 :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 없는 사람은 다 한 명도 없다는, 나에게 감동을 준 책이다.
오떡순 유튜버 : 읽는 속도와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뭔가 계속 읽고 싶은 느낌이 들었고요. 그래서 저는 '오떡순 유튜버'를 추천합니다.
사이언스 코믹스 시리즈 : 내가 몰랐던 인물과 과거에 했던 일과 직업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큰 공을 세웠는지도 알 수 있다. 재미있다.
기발하고 괴상하고 웃긴 동물 과학사전 : 이 책으로 상상하고, 궁금한 걸 찾을 수 있다. 호기심이 많거나 과학자가 꿈인 친구들이 좋아할 수 있어 이 책을 추천한다.
검정 마녀 미루 : 여자가 마녀가 되는 책인 줄 알았는데 미루라는 남자아이가 마녀가 되는 신기하고 재밌는 책이다.
이 외에도 추천해 준 책이 많다. 읽을 책이 쌓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추천해 준 책을 읽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의 날 행사에 참여해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이제 선물을 줄 차례다. 코로나로 열람이 불가능해 쌓여있기만 했던 정기간행물(잡지책), 주인을 만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