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2월은 인사이동이 있는 달이다. 교장을 시작으로 교감, 교사, 교육공무직까지 순차적으로 발령이 난다. 교육청 홈페이지가 후끈하다.
지난주 금요일 운전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가깝게 지내는 사서샘이다. 다른 학교를 희망해 내신을 쓴 바 있는데 마침 원했던 학교로 발령이 났다. 그런데도 그녀의 반응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5년간 근무했던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두려움,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나 하는 후회스러움(?), 좀 더 나은 학교도서관 환경에 기대는 설렘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나타난 그녀의 표현은 '이상함'이었다.
"선생님, 좀 이상해. 오늘 00초 근무 마지막이었어. 00초를 나오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구. 내가 맞게 (내신을) 썼나 싶기도 하고."
그녀나 나나 한 곳에 적응해 편안해지면 편한 것에 머물고 싶은 나이다. 환경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도전이자 (손톱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출퇴근 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멀거나, 지병이 있어 불가피한 사정이 있거나, 그도 아니면 남편의 직장이나 아이의 학교 때문에 근무지 이동을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유예'를 써가며 익숙한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간간이 "때가 되면 옮겨야지. 새로운 환경에 긴장도 해보고, 도전도 해보고~"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다소 묻어있는 낭랑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하곤 했다.
"선생님, 잘하신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 멋집니다~! 저도 때가 되면 옮길려구요~"
옮기고 싶어도 옮기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는 설렘을 낳는다.
출근한 아침, 컴퓨터를 켜고 일정 시간이 되니 '띠리링' 메신저가 도착했다. 새로운 곳에 발령이 나 이곳을 떠나는 교감선생님의 메시지. 아마도 예약 시간을 걸어놓으신 듯하다.
".....00초 가족분들 모두가 열심히 근무하시고 본분에 충실하시는 모습에 저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00 교직원분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훌륭한 성품으로 회자되곤 했던 교감선생님이다. 공간의 거리도 있었으나 마음의 거리도 적잖게 두었기에 다소 아쉽다. 본교의 뉴페이스는 교감선생님과 돌봄 선생님. 교육가족 구성원이 들고나는 2월,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감이 없지 않으나 새로운 학기,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 또한 절로 생기는 2월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가 유독 가깝게 다가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 간의 서로 다른 역사가 오고 가는 2월, 그것이 뒤섞여 또 새로운 역사를 예고하는 2월, 모쪼록 환대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