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싶은 것

- Everything at this moment

by 시니


기름값이 올랐다. 조금씩 자주 오르더니 꽤 많이 올랐다. 집 근처에 알뜰주유소가 생겼는데, 처음 열었을 때 아마도 1,975원인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오갈 때마다 흘깃 보면 적게는 5원, 많게는 20원씩 오르더니 2천 원대를 가뿐히 넘기고도 모자라 지금도 여전히 상승 중이다. 어제 출근 준비를 하며 듣는 영철 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누구는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둥, 집에서 30분 일찍 출발했다는 둥 사연이 흘러나왔다. 그래, 오늘은 걸어서 출근해 볼까.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산책할 때나 챙기는 가벼운 배낭을 메고 눈만 빼꼼히 내놓은 모자를 챙겨 썼다. 귀에는 에어 팟을 꽂고 영철 씨의 라디오를 듣는다. 내가 사는 곳은 대중교통이 별로 없기 때문에 걷는 게 차라리 낫다. 게다가 출근시간엔 편도 1차선 도로가 꽉 막히기 일쑤다. 차를 갖고 다닐 경우 길이 별로 좋지 않지만 산길로 빙 돌아가는 편이다.

KakaoTalk_20220614_075959899_13.jpg 막히는 길이 출근길이다.


평소 차를 갖고 다니면 걸을 일이 잘 없다. 기껏해야 점심 식사 후 교정을 잠깐 산책하는 일이 전부다. 오랜만에 걸으니 좋다. (내) 다리도 기분이 좋은지 발걸음이 가볍다.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 곁에서 걷는 것은 공기도 좋지 않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인도가 별로 없어 더욱 별로다. 가능하면 마을 길로 빠지거나 샛길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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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출근할 때 볼 수 없었던 꽃들이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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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다니는 차량 길로 들어서자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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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걸어 마을 안에 몰랐던 소 농장 발견. 아기 소가 엄마 소 옆에 붙어 있다가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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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텃밭에는 어린 들깨가 자라고 있다. 옮겨 심은 지 며칠 안된 듯. 가뭄을 잘 견뎌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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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향해 오르막 오솔길을 걷는다. 숲은 아니지만 나무가 우거진 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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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보는 듯 파랗고 푸르다. 옥수수 밭이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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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초입, 별장처럼 가끔 사는 누군가가 집 앞에 화단을 가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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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학교 정문. 걸은 시간 40분. 새로운 길을 발견한 덕이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걸을 수 있는 다리, 에어 팟과 들을 수 있는 귀, 이름 모를 들판의 꽃, 사계절을 잘 살아내는 나무, 어미 소와 어린 송아지, 농부의 땀으로 일궈낸 농작물, 파란 하늘. 곁에 두고 싶은 것들이다. 그리고 배낭 안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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