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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Feb 09. 2022

나의 20대에게

[신글 10-2. 과거의 나에게 건네는 말]

안녕. 지금은 2022년이야. 설 연휴 끝에 엄마랑 언니랑 딸이랑(놀랐지? 너의 딸이야~) 전주 한옥마을 여행을 다녀왔어. 엄마가 아직도 살아계시냐고? 맞아, 아직도 살아계셔. 몸은 허약하지만, 그래도 골골 100세라고 그때까지 사실 수도~? ㅎㅎ 확실한 건 힘없고 늙은 노인네라도 이 세상에 함께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거야. 고마워. 그때 네가 그렇게 애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알 수 없는 일이야.  



"수술하지 않으면 2개월, 수술하면 한 6개월 정도... 예상합니다."


위암 3기에서 말기로 진행 중이라는 의사의 진단. 수술 후에도 엄마 엄청 고생하셨잖아. 네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엄마 곁을 지키면서 간병인 노릇을 톡톡히 해 주었지. 알아, 네가 엄청 힘들었다는 거. 그 힘든 시기에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친이랑도 헤어졌잖아. 그런데 죽을 똥 살 똥 힘든 일을 겪고 나니, 그 후에 벌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견딜만하더라고.


엄마가 회복되면서 다시 일하려니 막막하고 불안했지? 뭘 해야 할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게다가 번듯한 대학 졸업장도 없었잖아. 데모하느라 전공 공부도 안 해서. 너 참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하나에 꽂히면 앞뒤 물불 안 가리고 열정을 쏟아붓는지. 그게 '젊음'이었을까? 그래도 그 시절에는 많이들 그렇게 했어, 사회의 부조리를 보고 깨닫고 분노하고. 가끔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나 하나 뭐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닌데. 라며 자책하거나 패배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는데, 훗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뭘 선택하고,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느냐는 그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니까. 만약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역시나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불안해하지 말고. 네가 찾으려 한 만큼, 너의 길을 찾아서 살고 있으니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하지? 그건 알려주지 않을 게.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잊지 마. 누구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언젠가는 너의 나무에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게 될 날이 올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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