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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26. 2019

도서관의 냄새

모든 사람을 위한 장소

도서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냄새의 낭만이다. 빳빳한 새 책의 냄새가 가득한 서점과는 다른 낡고 숨죽인 책들의 냄새가 넘실거리는 고요한 곳. 이런 도서관의 ‘낭만적 냄새’ 때문에 도서관을 사랑한다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의 도서관은 책 냄새뿐만 아니라, 아니 책 냄새 보다 사람들의 살 냄새가 더 가득한 곳이다.     


도서관은 오늘도 다양한 냄새를 맞이한다. 어린아이의 똥 기저귀 냄새, 취식금지 푯말 앞에서 몰래 음식물을 까먹는 사람들의 냄새, 도서관 밖에서 한바탕 뛰어 놀다온 아이들의 땀 냄새 등등…….     


사실 도서관은 매일이 냄새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 곳에서 사서들은 냄새의 평온함을 위해 오늘도 철저하게 냄새의 질을 관리한다. 이런 저런 향을 풍기는 방향제를 놔 보기도하고, 관련 업체와 아예 계약을 맺어 전자동 방향기계를 제공 받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냄새를 관리하는 이유는 방문하는 이용자들의 쾌적한 독서 환경 유지의 목적이 크지만,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마주쳐도 좋을 공간,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는 ‘독자’이자 ‘정보 탐색자’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사서들의 내제된 목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속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몸에서 심한 악취를 풍기는 이용자를 어떻게 대처할 것 인가’의 고민이다. (주로, 악취를 풍기는 노숙자의 방문 시에 이런 고민이 절대적 화두로 떠오른다.) 이런 고민은 사서들에게 동일한 현상을 가져온다. 


바로, ‘타인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음으로 입장을 제한하자’와 ‘모든 이들의 지적 탐구와 독자로서의 성장을 지원해야하는 사명을 가진 도서관이 개인의 도서관 방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라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이와 같은 고민은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도시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나라를 막론하고 도서관의 존재여부가 같고, 도서관을 꾸려가는 사서들이 공통의 목표와 주관을 가지고 일을 하는 전문직임을 시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어떤 도서관에서는 아기 똥 기저귀 냄새가 난다. 저마다 개인적인 속마음은 다를지언정 사서들은 냄새의 근원을 찾아 왜 냄새를 풍기느냐고 탓하기보다는 쓰레기통을 점검하고, 공기질 개선을 위해 환기를 하고, 공조기를 돌린다. 냄새를 통제한다는 것은 매우 난감한 일이지만, 무언 가운데 이런 귀찮음을 무릎쓰는 이유는 아직 용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와 그 부모님이 도서관이라는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발견하기를 응원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방문해서 좋은 독자이자 훌륭한 문화향유자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점점 더 살기 퍽퍽해지는 세상 속에서 이까지 냄새정도는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는 공중의 너그러움 정도는 기대하고 싶기 때문이다.(솔직히, 냄새를 풍기는 사람보다, 냄새가 풍긴다고 사서에게 힐난의 어조로 말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사서들도 어쩌지 못하는 냄새에 관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참 밉고 섭섭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서가 되려면 책을 좋아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리고 대다수 사서들은 그러한 물음에 사서는 책보다는 사람을 좋아해야한다고 대답한다. 이는, 도서관이 서점이나 출판사 등 여타 책을 다루는 기관들과 원칙적으로 다른 점이 도서관의 근원적인 물음은 ‘책’이 아니라 ‘사람’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도서관에서 ‘책’은 중요하고 소중한 정보 매체이지만, 도서관의 방점은 ‘책’보다는 그 ‘책’을 이용할 ‘사람’에게 있다. 이 것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도서관의 존재 목적이고, 목표이다.      


예전 어디에선가, 사람이 기억과 이미지는 쉽게 잊어도 ‘냄새’는 쉬이 잊지 않는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도서관에서, 도서관마다 풍기는 다양한 냄새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 따뜻한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도서관의 전사들은 철저하게 냄새를 관리한다.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갖고 살아온 너무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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