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Dec 26. 2019

도서관에서 일하면 "마-상"입는다.

도서관 진상을 보다

"나는 심장이 없어 나는 심장이 없어 

오늘도 뻔한 거짓말을 해
가슴이 너무 아픈데 이렇게 보채는데
어떻게 웃을 수가 있겠어"


가수 에이트의 노래 "심장이 없어"의 가사 일부분이다. 노래는 이별 후의 마음의 고통을 애써 부정하면서 화자가 가지고 있는 슬픔을 더욱 극대화하는 가사들로 채워져있다. 이 처럼 누군가와 이별했을 때, 신뢰하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우리는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라던지 '마음이 저며온다.'라던지 심장께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아픔에 대한 형용문을 쓰고는 한다. 극단적으로 이 노래는 심장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치고 있다. 정말 이별하고 들으면 눈물을 한바가지 쏟게 만드는 불후의 명곡이다.


사람의 마음은 타인에 대한 신뢰나 기대, 믿음이나 긍정으로 구성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에게서 배신이나, 실망, 예기치않는 공격을 받을 때, 나는 마음을 이루고 있는 꺼풀 하나 하나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과의 이별과 배신에서는 마음 한조각이 송두리채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느낀다. 모두가 느끼는 이런 고통이 '심장이 없어'같은 명곡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고통은 나와 시간과 추억을 쌓은 사람들에게만 종속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삶과는 관련이 없는 타자들이 행하는 공격은 또다른 방향으로 마음의 꺼풀을 벗겨낸다. 사람을 마주대하는 대면서비스를 하는 직종은 물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 도처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한 마디로 우리는 매일 '마-상'(마음에 상처를 입다의 줄임말)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마-상'을 입히는 사람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마-상'을 입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도 사서들에게 직업적 '마-상'을 주는 다양한 진상들이 있다. 사서들은 도서관마다 어떤 암호로 그 진상 이용자들을 분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JS라고도 하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을 크게 7계통으로 나누어 보았다.


1. 요청하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을 드렸으나, "아 난 그건 모르겠고, 내말대로 해줘~!"라고 하는 "답변거부"유형


2. 요청하신 서비스는 타 이용자와의 형평과 내부 규정상 불가하다라고 설명을 드렸으나, "나 한테만 해줘"하는 "내로남불"유형


3. 본인이 실수나 착각한 부분들에 대해 무조건적 직원탓을 하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유형


4. 직원의 얼굴과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노답"유형


5. 공공기관 단골 진상 "내 세금받는 것들이"유형(사서임금이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인 경우가 많고, 공무원이 아닌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 1명으로부터 사서에게 돌아오는 세금은 얼마되지 않는다. 물론 사서와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그의 가족들도 세금을 낸다^^!)


6. 니네 하는일도 없잖아 "퇴사욕구"유형, 발전 유형으로는 "세상에는 안 힘든 일이 없다. 니네는 최소한 따신데서 근무하잖아"유형도 있다.


7. JS에도 낄 수 없는 진짜 "범죄자" 유형 (도서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의 유형은 절도와 성범죄를 포함해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비교적 약자인 여성인 사서가 흉악 범죄 처리를 하게 되거나 여성인 사서가 그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다수 진상들은 주로 기관 내부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도서관 사서에게는 예외의 경우가 하나 있다. 바로 6번의 유형이다. 6번의 유형은 대다수 도서관을 이용해보지 않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비이용자가 주는 "마-상"이다. 다른 지면에서 다루겠지만, 사서의 업무세계는 대출 반납 데스크를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즉, 보이는게 전부가 아닌 직업 중 하나이다. 이런 사서에게 "니네 하는 일도 없잖아", "편한일이잖아"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낯모르는 시민들, 가족들, 친구들, 정치인들, 심지어 같은 회사 타직렬 사람들, 위탁도서관의 경우 관리 공무원들까지. 도처에 퍼져있는 이 "퇴사욕구"유형 때문에 오늘도 훌륭한 사서들이 사직서를 낸다. 


용서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7번을 제외한 1~6번의 진상의 경우 결국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무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비스가 곧 돈인 세상에서는 어쩌면 감내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글쎄? 그러한 여러 종류의 마-상을 감내할 만큼 사서를 포함한 감정 노동자에게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르고 있을까? 아니 설령, 그 보상이 뒤따른데도 타인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작가의 이전글 도서관의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