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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r 10. 2022

<시간 전쟁> 누군가에게는 선택, 우리에게는 필수

번역 제목과 원제의 차이

한 유튜버가 출근 직전 급하게 불닭볶음면을 끓여먹으며 '시간이 없어요'를 말하는 동영상이 한동안 유행이었다. 물론 그녀의 복장, 어투, 화법 등 모든 것이 삼위일체 되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을 테지만, 그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 인기에 한몫 보탰으리라 믿는다. 나 역시 고등학생 때부터 이상하리만치 시간 부족에 시달렸다. 대학교만 가면 여유로왔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오히려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간은 부족해져만 갔고, 스마트폰이 일상을 차지하는 부분이 점차 늘어날수록 시간궁핍현상은 커져만 갔다. 그렇게 시간이 없는 삶을 기본이라 여기며 살다가 '미라클 모닝'이 유행처럼 휩쓸자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고도 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책 <시간 전쟁>은 시간을 물건처럼 하나의 관리대상으로 바라본 작가의 관점이 담긴 자기계발서적이다. 저자 로라 밴디캠은 시간관리 전문가로서 시간추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낭비된 시간을 서술하면서 궁극적으로 시간이 없다는 '착각'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시간을 개인이 모든 이들과 공통적으로 갖고 태어난 하나의 자산으로 바라보면서, 이를 되도록 낭비하지 않기 위해 시간추적이라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실제로 시간추적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선례를 통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시간을 뒤돌아볼 수 있도록 집필하였다. 위 책을 집어드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시간에 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을 테니,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비법서와도 같을 것이다. 원제가 근무시간 외를 뜻하는 'Off the clock'임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번역된 제목과는 다르게 시간을 치열하게 사용하는 법이 아닌 최대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 볼 수 있겠다.


더불어 이 책은 시간을 관리하는 실질적인 방법 외에도, 우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시간인식의 중요성에 관하여 말한다. 그저 멍하니 앉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던 TV를 틀어놓음으로써 하루를 마감하는 일에 대한 허탈함말한다. 굳이 이 책에서 권하는 대로 시간을 추적하지 않아도 나의 시간이 무정히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1분 1초를 유의미하게 사용할 것이다. 일상이 여유가 없다는 의미가 내가 할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 말하는 이라면, 저자의 말이 구구절절 공감갈 것이다.


더불어 원제가 가진 뜻보다 더 격한 표현인 '전쟁'으로 제목을 번역한 것에 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어딘가 제목과 내용이 다소 합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에는, 반드시 원제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러나 보다 과격하게 제목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출판사의 선택을 누구도 쉽게 비평할 순 없을 것이다. 퇴근 후 자신의 여가시간을 확보하는 일 더 이상 우리가 사는 한국사회에선택의 영역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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