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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r 14. 2022

<청춘의 독서> 이 책을 도전하려는 당신께

어린 시절 누군가 <어린 왕자>는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거치며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완벽히 이해할 수없었지만 나이를 먹으며 어릴 적 읽었던 책을 다시 보자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일례로 호주로 떠나기 전 읽었던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꽤나 설득력 있고 공감되었던 소설로 다가왔던 반면, 돌아오고 나서 그 책을 다시 보았을 때에는 주인공들을 다소 냉정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나 변한 것은 나였다.


책 <청춘의 독서>는 그러한 면에서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사에서 꽤나 인상 깊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봄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그 당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책의 면면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자신의 자녀를 염두하고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밝혔지만 막상 완독 후 저자가 염두에 둔 독자가 딸에 국한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제목처럼 <청춘의 독서>는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저자의 지나간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시대의 청춘들이 독서하기를 희망하는 책들을 수록한 듯 보였다. 이 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저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아버지 혹은 단순한 독서광을 넘어, 지난 진보정권의 장관직을 역임했던 전직 정치인이자 현재까지 많은 매스컴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유시민이라는 것이다.


종종 도서관을 찾아오는 이용자에게 책을 권할 때 정치색이 뚜렷한 저자의 책일수록 그 책이 객관적으로 평가되기 어려워 추천인의 입장으로서 선뜻 건네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권하게 되는 가치를 지녔다. 저자가 다수의 책을 발간한 경력 있는 글쓴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저자 특유의 문체가 간결하고도 힘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책을 한 권의 고전문학처럼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나를 비롯하여 평소 저자의 말솜씨에 매료되었던 사람이라면 그의 글솜씨 또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읽었던 '고전소설'을 다루는 만큼, 진입장벽이 꽤나 높은 책이다. 요즘 쏟아지고 있는 에세이는 생활밀착형 글들이 주를 이룰 뿐 아니라 그 책의 성격들 또한 지식의 축척보다도 휴식에 가깝다. 그러나 이 책은 <인구론>, <공자>, <공산당 선언> 등 일반인이라면 쉽게 집어 들지 않을 책들도 더러 소개되는데다 저자의 청춘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한국사의 중심에 놓여있었으므로 책을 집어 들게 된 동기들 또한 심상치 않다.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한 청년이 나이가 듦에 따라, 진정한 보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골몰해보고 그 시절 완독하였으나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책의 집필의도와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우려가 담겼다.


더불어 고전 입문서라는 분류로 놓고 본다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을 보인다. <인구론>, <종의 기원> 등 이론에 대하여 익히 들어보았지만 그 이론서를 읽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 나와 같은 사람들과 더불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및 최인훈의 <광장> 등 고전소설이 쓰인 시대적 상황과 의의를 설명해주고 있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교과서에서 보았던 고전들이 책이었음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완독하고자 하는 의욕을 솟게 만든다. 그러나 평소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려운 책에 대하여 질색인 독자들은 제풀에 읽다 지칠 만큼 책의 난이도가 다소 높은 편이며, 그런 연유로 이 책이 단순히 베스트셀러여서 도전하고자 하는 독자는 이 책을 완독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자신이 관심 있는 고전에 해당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저자는 책 끝머리에 독서는 책과 대화하는 것이며, 자신의 책은 위대한 고전을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고 그것에 관한 개인적 입장을 서술했을 뿐 균형 있는 서평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가 자신의 글을 '균형 있지 않은 서평'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앞서 말하였듯 저자의 청춘이 굵직한 한국사를 관통하고 있어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서평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며 누차 말하였지만, 되려 그의 책이 어떠한 정치적 신념에 의하여 쓰인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독자가 자신의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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