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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r 29. 2022

<여자는 체력> 몸매가 아닌 몸을 고민할 시간

나의 운동 포기 역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운동회 때마다 강제적으로 자행던 달리기 순서를 기다릴 때마다 어린 마음에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당시 소위 노는 아이들은 흩날리는 앞머리칼을 손으로 연신 정리하며 경보와 다를 바 없이 대충 뛰고 돌아왔지만 모범생이었던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은 가히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과 맞먹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외모 스트레스를 본격적으로 받게 되며 간혈적으로 이소라 다이어트를 따라 해 보았다. 그러나 50분이나 되는 그 영상을 운동초보인 내가 온전히 따라 할 리 만무했다. 그렇게 운동은 담쌓으며 거지 같은 체력을 팔자라 여기며 20대를 보내다 20대 후반 이후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헬스장을 찾게 되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PT는 내 체력의 한계를 날마다 알게 했으나 살을 빼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무리한 절식을 병행하였다. 사실 매번 트레이너분께 식단을 보내드려야 했지만, 올바르고 건강한 식단으로 차려먹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고 결국 나는 덜 먹는 절식을 택한 것이다.


한동안 날씬한 체중을 유지하다가 일반식으로 돌아온 뒤 운동을 편식하자 살은 다시 찌기 시작했다. 그러나 30대에 접어든 지금 여태까지 거지 같은 체력으로 애써 나를 먹여 살린 내 몸에 ‘너 왜 그렇게 못났니’라는 책망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때의 무리한 다이어트 탓인지 배에는 탄력이 없어 늘어졌고 하체만 얇고 상체는 살이 많은 내 체형이 내 눈으론 여전히 흉해 보였다. 그러나 언제까지 나의 몸을 미적인 감각에만 욱여넣어 학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로부터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치마를 입겠다는 생각이 아닌, 체력이 부족한 나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보자는 인식으로 나를 애써 바꾸어 나갔다. 그즈음 접했던 책이 바로 박은지 코치의 <여자는 체력>이다.


㈜프롬 더 바디의 박은지 코치는 이색적 이게도 사서가 되는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여 체육학과에 편입하였다. 그녀 역시 학창 시절 부정적인 몸에 대한 시선을 받아온 피해자였으며, 운동을 좋아하여 다양한 체육시설을 다녀보았지만, ‘기능하기 위한 여성의 몸’을 위한 센터는 찾기가 힘들었다. 곽정은 작가의 유튜브 역시 수없이 보여주기 위한 몸이 아닌 ‘기능하기 위한 몸’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다. 책 <여자는 체력>은 박은지 코치가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운동센터의 설립을 꿈꾸며 센터를 운영한 그녀의 시행착오를 읽기 쉽게 풀어낸 것과 더불어 실질적인 정보를 함께 다루었다. 책의 구성은 에세이만 원하는 독자와 정보성 글을 원하는 독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거나 혹은 모두에게 반절만 읽히는 책이 될 가능성을 지녔다는 단점을 가졌지만, 그에 반해 기능하는 몸에 대해 쉽게 접근하도록 쓰였다는 큰 장점을 지녔다. 본인이 굳이 정보성 글이 필요하지 않은 독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읽고 싶지 않은 부분은 건너뛰면 그만일 것이다.


이 책을 완독 후 미드를 보며 사이클만 타던 나의 운동법을 잠시 버리고, 힘들지만 초보들도 따라 하기에는 괜찮다며 악명이 높은 영상 하나를 따라 하였다. 기구를 활용하거나 눈으로 보기에 몹시 어려운 난이도의 운동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절을 따라 했을 즈음 현기증이 몰려왔다. 나의 체력이 이미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더 이상 내게 작은 사이즈의 치마는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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