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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r 08. 2022

작가지망생이여서 인터뷰했습니다만

학교도서관저널 22년 3월호 <첫 책이 기다려지는 작가> 특집 인터뷰

2012년 처음으로 학교도서관에 발을 들이며, 정기간행물 서가에 꽂혀있는 <학교도서관저널> 잡지를 보게 되었다.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처음 학교에 발을 들인 나는 현재 J초등학교에서 근무중이신 B선배님의 감사한 지도아래 하루하루를 퀘스트하듯이 보냈다. 그런 나에게 <학교도서관저널>은 기댈 수있는 또 하나의 사수였다. 간신히 기본만 해나가는 나에게 아직 벅차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열정적이신 현직선생님들의 노하우가 담긴 비법서와도 같았다. 그렇게 <학교도서관저널>의 과월호를 서가 한 켠에 꽂아놓으며 10년을 보냈다.


10년동안 구독한 잡지의 인터뷰이가 되는 일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마침 잡지사에서는 새로운 코너를 기획중이었고, 운이 좋게도 내 글이 한 젊은 기자님의 눈에 띄게 되었다. 늘 '브런치 제안하기' 기능으로 스팸에 가까운 홍보메일을 받다보다보니 처음 기자님의 제안메일을 보았을 때에도 응당 스팸인 줄 알았다. 그만큼 기회를 많이 얻어본 적 없는 무명의 브런치작가에게 인터뷰이로써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자님의 제안메일을 받은 뒤 고민따윈 하지않고 곧바로 연락을 드려 날짜를 잡았다. 그렇게 신속히 날짜가 잡히고, 유달리 햇볕이 창가사이로 쏟아지는 화창한 날 우리학교 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였다. 나의 말이 지면을 통해 전국에 무수히 많은 학교에 배포된다는 생각에 긴장하며, 최대한 글을 쓰듯 말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발간된 인터뷰 지면에선 나의 말을 곡해없이 잘 정돈하여 적고자하신 기자님의 고생이 엿보였다. 인터뷰 수락을 받기부터 내 손으로 잡지를 받아보기까지의 2달. 그 시간동안 나는 가족들과 동료사서선생님들 등 주변지인들에게 인터뷰사실을 알리며 뿌듯해했다. 잡지를 추가로 더 구매하여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 선물로 건네드렸는데, 과한 행동은 아닐까 우려하던 나의 기우가 무색할정도로 두 분께서는 좋아해주셨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인터뷰사실에 많이 뿌듯해하셨다. 특히나 아버지는 잡지를 받으시자마자 반듯하게 인터뷰지면을 찍으시는 애정을 보이셨고, 주변지인분들에게 자랑을 하셨다. 비록 그 결과가 맞선제의이라는 예상치못한 전개로 흘러가버렸지만.


처음 이 글을 적고자 생각했을 때 제목을 꽤 많이 고민했다. 시선을 끌만한 제목을 적어 올려야 조회수가 올라갈 것 같은 마음에 <10년동안 구독한 잡지에서 인터뷰하다> 식의 노골적인 제목도 적어보았다. 물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때때로 누군가의 자기성과가 담긴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상대적인 허탈감만을 안겨준다는 것을 무수한 글을 읽으며 알았기 때문이다. 구태여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었다.


<작가지망생이여서 구독했습니다만>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는 문장 그대로 내가 '작가지망생'이여서이기 때문이었다. 해당코너의 기획의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SNS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들을 통하여 내 글을 알린다. 장강명작가는 자신의 저서 <당선, 합격, 계급>와 <책 한번 써봅시다>를 통하여 '작가'라는 호칭을 받을 수있는 기준에 대하여 말한 적 있다. 궁극적으로 그는 많은 이들이 읽고 쓰는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듯이 보였다. 양질의 도서를 선택할 의무가 있는 사서이자, 양질의 글을 쓰고자하는 작가지망생인 나로써는 중간에서 때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 SNS에서 쏟아져 나오는 감성이 충만한 글들의 홍수에서, 되도록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글을 골라읽기를 희망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도서관에 책을 들여놓는 입장에서 초반에 인스타그램에 올릴법한 글들을 묶어 출간한 책들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으나, 글쓰는사람의 입장에 놓여 다시 생각해보니 누구도 글쓰고 책을 내는 일에 대하여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정보를 글이 아닌 영상으로 얻는 세대에서, 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일은 희망적이다. 게다가 문해력이 낮으며 독서에 거부감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쉽게 읽히며 감정을 건드릴 책 역시 필요하다. 요지는 누구든 글쓰는 일을 시작하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장강명작가의 책 <책 한번 써봅시다>의 서평에서도 밝혔듯이,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쓰는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본다. 어쩌면 학교도서관저널에서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라는 코너가 기획된 것 역시 이러한 바람이 모여서 이루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내가 첫 인터뷰이로 선정된 것은 나의 글이 다른 이들의 글에 비하여 대단하여서가 아니라, 그저 10년 동안 읽고 쓰는 사회의 일원이었음에 얻는 하나의 포상일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글쓰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를 권해본다. 영상으로는 다 대체할 수없는 글만의 힘을 여전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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