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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ug 11. 2021

디즈니가 망친 어린이들을 위하여

제13회 공유저작물 창작공모전 2차 - 글 부문 작성기

논란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유저작물 공모전에 참여했다. 저작권에 대해 그다지 무지했던 나와는 달리, 이 공모전에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계셨던 몇 분의 작가님들 덕분에 공모전 수상 이후 작가의 저작권은 지켜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브런치 공모전에 또다시 응모한 이유는 별다른 기대감이 없어서였다. 내 작품이 공모전에 당선하리라는 기대는 이미 저버린 지 오래였고, 그저 이 기회를 틈타서 전문 문인들에게 나의 글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주제를 '인어공주'로 정한 것은 단순히 내가 인어공주를 좋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동화들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디즈니 르네상스시대에 커온 나로서는 애리얼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꼭 디즈니가 아니어도 내가 그리고 싶은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주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꽤 많았으나 '공유저작물'이라는 취지에 맞서 학교에서도 읽힐만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저작물인 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곳은 아무래도 교육기관일테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글에선 보다 신파적인 요소나 자기혐오적인 요소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지 않은 보통의 인어들에 관해서는 어릴 적부터 생각해왔던 것 같다. 출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머리가 물고기이고 다리가 인간인 인어왕자에 대한 글을 학창 시절 우연히 읽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기억나지 않아도 분명 누군가의 아이디어였기에 쓰지 못했다. 그러나 아름답지 않은 인어에 관한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 어떤 방식으로든 써보고 싶었다.현재의 디즈니가 과도한 PC요소로 욕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것이 디즈니의 어떤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숙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디즈니 속 인어공주는 왕자와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대신 '이웃나라 왕자'라는 환상을 어린 소녀들에게 심어놔 버렸다. 안데르센의 원작 동화도 그렇고, 디즈니도 그렇고 커갈수록 그런 것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어린 소녀들에게 먼저 알리고 싶었다. 한때나마 인기가 치솟았던 '내 이름은 김삼순'속 진헌(현빈)의 평가가 지금 와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보면, 시대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성별을 떠나 사랑에 대해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여전히 나는 목도한다. 나도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리저리 사랑이란 이유로 끌려다니는 것을 보면 퍽 안타깝다. 지금의 어린아이들에게 우리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나는 사랑을 택한 이들의 삶도 존중하고싶다.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화자가 아닌 화자의 언니를 통해 그려보았다.  나의 동화(혹은 단편소설)가 당선되는 일 극히 희박할지어도. 





photo : Skitterphot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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