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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ug 07. 2021

누군가의 세계에 벽돌을 하나 얹는 일

'서평쓰기의 재미알기'라는 주제로 난생처음 강의에 도전하다

강의를 위해 제작한 PPT

2021년도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에서 교육공무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모연수를 신청받았다. 말 그대로 공모자율연수라해서 우리끼리 한번 알차게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동기샘 중 한 분이 총대를 매시고, 계획서를 작성하시어 서류심사를 신청했고 결과적으로 통과했다. 나는 글을 조금은 잘 쓸 줄 안다는 이유로 서평쓰기의 강의자를 맡게 되었고  강의는 본의 아니게 대표강좌로 선택되어, 강의 목록 최상단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강의자로서 첫 커리어를 쌓게 된 것이다.


강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앞서, 강의 방향성에 관하여 고민했다. 제대로 된 작법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내가 '나만의 글쓰기 노하우'로 3시간가량의 연수를 진행해도 되는 것이 자신이 없었고, 더불어 '나의 노하우'가 누군가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알릴만한 정도의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순수하게 글이 좋아 쓰던 사람이었고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이력이라 불릴 수 있을만한 것들을 한두 개 쌓아간 정도였다. 불안감에 나보다 보다 전문적인 사람들의 글을 참고하여 연수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서평쓰기의 기술'같은 책들을 몇 권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나조차도 이렇게 쉽게 시중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굳이 내 연수를 통해서 전달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주변분들의 조언을 빌어 '나의 글'을 전달해 보기로 했다.


연수의 커다란 골자를 위하여 강의계획서를 간략하게 작성한 뒤 PPT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는 공신력 있음을 어필하기 위하여 작가로서의 나의 이력과 원고청탁의뢰 메일 등을 캡처하기도 하였고, 혹여나 너무 자랑처럼은 보이지 않도록 실전에서는 이번 연수를 듣기 위한 '동기부여'라는 것을 꼭 빠트리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써온 서평들을 다시 읽어보며 나도 모르는 글의 규칙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았고, 평소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썼던 글의 방식들을 정리하여 PPT로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최대한 자세히 알려드리고자 노력했다. 대략적으로 50장의 PPT가 나오자 적어도 시간이 남아서 붕 떠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수를 맡게 되고 한 달 동안은 어서 그 시간이 끝나기를 바라며 도망치고 싶었다. 괜한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과 일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혼재했다. 그럴수록 강의를 이르게 준비했고 다행히도 연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운이 좋게도 비대면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떨지 않고 잘 해내 것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적어도 나의 3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을 시간이었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규칙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글들은 꽤 선명한 규칙들이 존재했고, 그간 10년 동안 글을 홀로 써온 무명작가이자 출간작가 지망생의 시간들은 어쩌면 헛되지 않았다는 뜻인 것만 같아 안도했다. 단순히 커리어 한 줄로 추가되는 것이 아닌, 그간 애쓴 나에게 따라오는 하나의 보상과도 같았다.


연수 말미에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을 더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이고, 오늘 이 시간들 역시 여러분들 세계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런 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쓸 많은 글들은, 누군가 만들어갈 세계에 벽돌을 한 개 즈음 얹는 일과도 같았으면 좋겠다고. 단순히 나의 글이 널리 읽히며 유명해지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닌, 그런 의미 있는 글들이 쓰고 싶어 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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