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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Sep 01. 2022

<미즈마블>마블이 하이틴 무비를 앞세워 말하고 싶은 것

최근 MCU의 행보와 이에 대한 의견은 새로운 작품이 나올수록 양분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어벤져스: 앤드게임>을 기점으로 이러한 일은 예견된 것처럼 보였으나 어쩌면 이는 마블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와 마블이 과도한 PC주의로 돌아서고 있다는 의견에 대한 양립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기존 MCU영화들을 모두 보아온 팬과 그렇지 않은 이에 대한 격차는 더욱 벌어져 마블이 전처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가 아닌 점점 토론의 주제로 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바이다. MCU의 페이즈4에 해당하는 드라마 <미즈 마블>은 그 어느 문화에서나 히어로가 존재하게 했다는 점에서 <문나이트>와 같이 의의가 있으나 어쩌면 '하이틴 마블'로 따로 분류하고 보는 것이 나을지 모를 MCU 시리즈라는 것에서 장단점을 명확히 지닌다.

캡틴 마블을 동경하는 미국인 무슬림가정의 막내딸 카밀라 칸은 부모님 몰래 어벤져콘에 참석하기 전, 외할머니가 보내주신 뱅글을 착용하여 코스튬 대회에 참가한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는 뱅글로부터 힘을 얻게 되고, 그렇게 평범한 10대 소녀는 한순간 슈퍼히어로가 되어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렇게 그녀는 마블의 첫 무슬림 히어로로 분한다.


드라마 <미즈 마블>은 전작 <문나이트>와 마찬가지로 기존 마블에서 보이지 않았던 문화권의 슈퍼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문나이트>는 이집트의 신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이집트문화에 기반한 슈퍼히어로라면, <미즈 마블>은 '미국계 무슬림'의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니까 <문나이트>의 결은 북유럽의 신화를 차용한 토르와 비슷하다면 <미즈 마블>은 <상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유사한 것이다. MCU에서 톰 홀랜드를 주연으로 한 첫 스파이더 맨을 선보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미즈 마블>은 하이틴을 전면에 앞세워 10대 주인공의 성장기를 초점에 맞춘 재기 발랄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극을 긴장시키는 빌런의 위압감은 약하며 액션 또한 이제 갓 히어로로 분한 10대 소녀처럼 미숙하다. MCU의 원작을 오마주한 만화적 기법은 적극 차용되었지만 그 궤는 기존의 MCU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어쩌면 좀 더 디즈니화 된 마블 작품에 가깝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으로 인하여 <미즈 마블>을 대하는 관객의 평도 나뉘게 되었다. 캐릭터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인공이 갖는 고뇌와 서사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토르: 러브 앤 썬더>가 개봉했을 당시 토르가 점점 더 단순해지고 바보 같아진다는 의견과 그 결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토르의 경우 미국의 B급 개그가 맞는 이라면 재밌게 보고 넘어갈 요소가 있었지만 <미즈 마블>은 애초에 하이틴 무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재기 발랄함이 사랑스럽지 않는다면 그저 어린이 영화처럼 느껴지기 쉽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미즈 마블>작품 하나만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간 MCU의 행보에 쌓일 대로 쌓인 관객들이 설토하는 피로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즈 마블>이 갖는 장점이 이대로 묻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극에서 빌런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점과 히어로의 고난과 능력이 아이들 장난처럼 보인다는 점, 무엇보다 어색하게 느껴진 CG는 <미즈 마블>의 단점임은 분명하다. 다만 최초의 무슬림 히어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각 문화권에서 최초의 MCU 히어로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문화권을 두루 안고 가려는 MCU의 의지가 엿보인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미국인이고 백인이어서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이면서도 파키스탄인인 카밀라와 같이 백인인 미국인이어야지만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마블임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우리도 박서준배우를 통하여 한국의 히어로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지 않나.


원작으로도 인기가 높았던 <미즈 마블>은 그런 면에서 앞으로 마블이 가려는 방향성에 대해 에둘러 말하는 선포와도 같이 보인다. 대사에서 시종 언급되는, 미국인이지만 그 안에서의 인종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와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 고향을 잊지 않고 문화를 지키려는 모습을 통하여 MCU는 미국 문화를 넘어서 모든 독자층을 '전 세계인'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것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 불편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반길 것이다. 마블이 개성이 뚜렷한 감독들을 영입하고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PC를 수용하려는 모습엔 양날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러한 마블을 두고, 돌아설지 혹은 앞으로 계속 사랑할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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