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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Dec 22. 2022

<아바타: 물의 길> 밀도와 부피의 반비례

극장에서 처음 <아바타>를 본 순간 이 영화는 오락영화를 넘어 현존하는 기술력을 영화 한 편에 응집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거장이 무려 타이타닉보다도 앞서 구상한 영화였던 만큼, 영화 한 편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를 수긍하게 만들 정도로 촘촘한 설정이 있었고 감독이 상상해낸 스토리를 구현해낸 환상적인 CG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인간인 주인공이 눈을 뜨며 시작한 영화가 온전히 나비족이 되어 다시 한번 더 눈을 뜨며 끝난 전작의 후속작을 모두가 기다려 온 것은 순리적인 일이었다. 더불어 영화 <아바타>는 단순히 외계종족이 등장하는 SF를 뛰어넘어 침략의 과오를 가진 미국의 자기반성과 기술과 자연을 대치하며 화려한 눈요기만큼이나 밀도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영화의 후속작이 제작을 할 듯 말 듯 영화팬들의 마음을 간질거리다 13년 만에 극의 무대를 확장하여 돌아왔다. 숲이 무대였던 1편과는 달리 바다를 무대로 펼쳐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평소 해양덕후라고 불리던 제임스 카메론의 기량이 극대화된 동시에 전편과는 달리 밀도 낮은 극의 전개를 보여주며 영화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인다.

네이티리와 함께 가정을 꾸린 제이크 설리는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에서 잉태된 아이인 키리까지 포함하여 총 4남매를 양육하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룬다. 그러나 인류가 더 이상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 버린 지구 대신에 정착할 다른 행성을 알아본다는 목적으로 RDA가 다시 판도라행성에 정착하게 되고, 죽음 직전 기억을 업로딩 한 쿼리치대령은 아바타로 부활하여 이들 앞에 나선다. 자신을 쫓는 쿼리치대령을 피하여 부족의 앞날을 위해 이주를 결심한 제이크가족은 그렇게 바다부족인 멧케이나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습득해 나간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세대교체'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지닌다. 전작에 비하여 앞선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평소 해양덕후였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답게 바다생물 하나하나의 움직임도 그저 일률적이지 않다. 삶의 터전이 다른 만큼 생김새도 다른 새로운 나비족과 신비롭게 펼쳐진 바닷속 세상은 1편과 같은 기술의 환희를 느끼게 만든다. 사실 이 영화를 오락영화로서만 기대한다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큰 무리 없이 재밌게 볼 작품이다.


그러나 13년 만의 돌아온 속편이자 1편과의 공백이 크다는 점, 향후 주역으로 활약한 이들은 1편의 주연이 아닌 그 들의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2편은 3편을 위한 빌드업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가 잉태한 키리는 마치 잔다르크처럼 다른 이들과 달리 에이와를 느끼고, 누구보다 제이크를 닮은 둘째 로아크는 다양한 위기와 사건을 통하여 성장한다. 또한 제임스 카메론은 이 영화를 통하여 새로운 무대의 확장뿐만 아니라 1편에서 강조되었던 자연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인류에게 경고한다. 무분별한 고래포획을 떠오르게 만드는 툴쿤의 사냥을 통하여 전작과는 달리 신체가 절단되는 응징을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한 영화에서 수행해야 될 과제와 메시지가 응집되어 있는 만큼 이 영화는 별 수없이 스토리의 구멍을 보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토리가 촘촘하지 못하여 보이는 구멍이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덜어내 생긴 구멍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려 케이트 윈슬렛을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멧케이나 부족은 제이크 설리 가족들을 위하여 1차원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새롭게 부활한 쿼리치대령 역시 전편에서 인간과 아바타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끊임없이 보였던 제이크 설리와는 달리 아바타의 숙명을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


심지어 가족을 주제로 한 이 영화에서 스파이더는 제이크 아이들과 형제처럼 자란 쿼리치대령의 아들이라는 매력적인 서사가 있음에도 극의 방향은 결국 '핏줄'을 중요시 여기는 가족의 연대를 보여줌으로써 화합을 주제로 내세운 메시지에 고개를 가웃 거리게 만든다. 스파이더 개인의 행보 역시 극 중 초반에 관객을 기대하게 만든 비중과 역할을 미처 다 수행하지 못한 채 그저 조연인 채로 겉돌며 답답한 전개를 보인다. <아바타: 물의 길>은 세대교체의 징조를 물 흐르듯이 보여줘야 하며, 전작의 메시지를 계승하며 새로운 메시지 또한 전달해야 하는 2가지 기능을 부여받았고,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는 낮아지고 극의 부피는 커진 셈이 되었다.


그러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아바타시리즈라는 점에서 3편을 기대하게 만들며 앞서 언급하였듯이 오락영화의 진수라는 점에서 거를 수 없이 보아야 할 작품이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새로운 무대의 판도라행성은 이미 익숙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가 실존하는 것처럼 여전히 관객에게 신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번 아바타의 후속 편은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은 나오기 힘들다'는 정설을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일 뿐, 이 영화가 현대영화사를 관통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어쩌면 13년이라는 세월의 공백만 적었더라도 지금보다 더욱 후한 평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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