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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n 20. 2023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한 디즈니표 명절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2>를 보고

디즈니 공주는 그래서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을 어릴 적부터 줄곧 달고 살았다. 이러한 의문은 비단 나 한명이 아니었던지, 팝송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는 디즈니 공주의 뒷이야기에 대해서 그려내기도 했고 심지어 <신데렐라>는 비디오 시리즈를 통하여 신데렐라의 궁전생활을 그린 바있다. 앞서 품은 궁금증을 디즈니에서는 해소하고자, <마법에 걸린 사랑>의 후속편을 무려 14년만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하여 선보였다. 전작보다는 다소 깊이가 얕아지고 영화적인 재미는 감소했지만, 현실을 적응하기 힘든 디즈니공주와 그런 공주를 새엄마로 맞이한 현실의 사춘기 딸의 갈등을 디즈니식으로 잘 그려내었다.

사춘기가 되어버린 모건과의 관계, 갓난아이인 둘째의 육아와 도시생활에 지쳐버린 지젤은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교외를 택한다. 그러나 교외에서의 생활 역시 녹록치 않은 탓에 그녀는 그만 에드워드와 낸시가 주고간 안달라시아의 마법을 사용하게 되고, 현실도 동화 속 세상같기를 바라던 지젤의 소망은 비뚤게 이루어져 그만 동네 자체가 한 권의 동화 속 세상이 되고만다. 동화 속에서는 계모란 늘 괴팍하기 마련인지라 지젤은 모건을 사랑하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점점 악독한 계모로서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완전한 계모로 변해버리기 전 지젤은 모건에게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도록 부탁한다.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2>는 1편의 최대 장점이었던, 디즈니의 자기비판적인 요소는 사라진 채 오마주만 남았다. 무능력한 공주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랑을 속삭이는 왕자 그리고 현대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다소 웃음이 나올지 모를 디즈니표 특징들까지. 디즈니의 기반을 세운 2D 애니메이션의 시대착오적인 사상을 실사영화를 도입하므로써 과감히 깨부순 것이 1편이었던지라 어쩌면 2편 역시 그의 연장선임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법에 걸린 사랑2>는 모험을 하는 대신 속편으로서의 안전을 택한다.

그러나 디즈니는 안전을 택하며 동시에 디즈니식 감동을 게승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새엄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그리고 시종 '안달라시아의 딸'이라고 표현하는 외가친척같은 에드워드와 낸시. 이렇듯 재혼가정의 자녀인 모건이 겪는 상처를 디즈니는 안달라시아의 진정한 딸로서 거듭나게 되는 모건의 여정과 지젤의 모정을 통하여 자신들의 장기인 동화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어쩌면 1편은 이미 어른이 된 소녀들이, 2편은 아직 소녀가 되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지젤과 모건의 갈등은 심히 현실적이면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비단 재혼가정이 아닐지라도 엄마와 소원해져버린 사춘기 소녀들에게는 이 영화가 엄마와 함께 보기에 어색하지 않을 가족영화가 될 것이다. <마법에 걸린 사랑 1>이 보여주었던 디즈니의 자기비판은 겨울왕국의 안나 서사를 필두로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 의해 계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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