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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l 19. 2023

<모던 패밀리> 가족이라는 현광등을 통한 불변의 감동

<프렌즈>와 <모던 패밀리>를 모두 본 시청자가 느낀 두 작품의 차이점

<프렌즈>를 막 정주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주로 함께 추천된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모던 패밀리>, <빅뱅이론>, <부르클린 나인-나인>, <오피스>. 그 중 왠지 모르게 <모던 패밀리>는 <프렌즈>와 유독 추천인들 사이에서 취향이 갈리곤 하였는데, 추천에 못이겨 시즌 1의 1화를 보고나서 그 이유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미드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주인공들이 때거지로 등장하여 가족관계조차 한 눈에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가계도가 복잡해보이는 이 시트콤을 나는 처음부터 사랑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프렌즈>를 거의 다 보아갈 즈음에 그 때 1회만 보고 이어보기를 포기하던 <모던 패밀리>가 다시금 떠올랐다. 내가 이 시트콤을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도 모르고.

<모던 패밀리>는 할아버지인 제이 프리쳇을 중심으로 그의 자녀인 클레어와 미첼의 가족들이 벌이는 일상을 페이크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진행되는 가족시트콤이다. 위 가족은 제이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인 콜롬비아 이민자 글로리아와 게이부부인 미첼과 캠 그리고 그 들의 입양아인 아시아인 릴리까지 인종과 성적지향점이 다양한 가족이라는 점에서 주변에 흔히 볼 수있는 가족구성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가족들의 특성은 최근 과도한 PC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디즈니와는 매우 상반될 정도로 어떠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은 채 그저 그들이 이 가족의 일원일 뿐임을 드러낸다. 직접적인 교훈을 주지 않으면서도 교훈을 주는 이 시트콤의 매력은 매 회 거듭되는 몇 줄의 나레이션 만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릴 뿐이다.


더불어 <모던 패밀리> 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익숙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이들을 그저 천방지축으로 방관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들의 미움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사고뭉치면서도 해맑지만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는 필과 대조되는,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정돈을 사랑하고 승부욕이 넘치는 클레어의 성격은 <프렌즈>속의 모니카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시즌 초반에 다소 갸우뚱스러웠던 캐릭터들의 행보가 시즌을 이어갈수록 정돈된 모습을 보이며, 어느덧 이 가족을 온전히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마치 '가족끼리 그러는거 아니야'라며 부부간의 스킨쉽을 죄악처럼 표현하는 한국사회의 일부 밈에 철저히 대척점에 놓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을 빼앗는다. 부부를 끊임없이 '전우'보다는 '영원한 나의 연인'으로 묘사하는 이 시트콤의 매력을 통해 부디 배우자를 금단의 대상처럼 표현하는 밈은 결코 쉽게 소비할 유머가 아님을 알아주길 바라는 바이다.

필과 클레어 부부를 떠나서 <모던 패밀리>는 11시즌이 지나면서 아역들이 그대로 자라 성인이 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점에서 영화 <보이 후드>와 같은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어린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가 크게 변하지 않았던 매니와는 달리 솜털이 보송보송했던 귀여운 초등학생 사고뭉치였던 루크가 집안의 장녀인 헤일리의 '핫걸'포지션을 이어받아 식스팩을 지닌 핫가이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세월의 격차를 더욱 실감케한다. 또한 콜롬비아 이민자인 글로리아가 제이의 자식(클레어, 미첼)보다 나이가 적은 젊은 새엄마라는 점이 한국의 유교사상으로서는 상상하기가 힘든데도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를 보면서 시트콤 속 가족들과 함께 나도 서서히 편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게이커플인 미첼과 캠 역시 사랑스러운 커플처럼 보이는 것이 이 시트콤의 큰 매력일 것이다.


문득 <프렌즈>와 <모던 패밀리>를 선호하는 취향이 갈리는 이유에 대해서 자못 궁금해졌다. 아마도 <프렌즈>는 2030청춘들을 대표하는 청춘물이면서 개인의 성장이 곧 공동체의 성장처럼 보였다면, <모던 패밀리>는 얼핏보면 한 가족의 성장기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성장이기 때문은 아닐까. 더불어 <프렌즈>에 비하여 <모던 패밀리>는 미국문화와 정서를 알면 더욱 재미있을 요소들이 <프렌즈>에 비해 다소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프렌즈>와 <모던 패밀리>의 마지막화는 모두 정들었던 집을 각자 떠나면서 극이 마무리된다. 다만 두 작품의 차이점으로는, <프렌즈>는 즐겁고 유쾌하기만 했던 청춘들이 일련의 사건과 성장을 겪고 자신만의 가정(그 것이 1인이던 혹은 여럿이던 간에)을 이루고 정서적인 독립을 해나간 결말이라면 <모던 패밀리>는 가족이라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관계성을 가진 이들이 삶의 든든한 지지대라는 점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마지막화 말미에 필과 클레어는 언제든 돌아올 아이들을 위하여 현관등을 켜놓는다. <프렌즈>가 끝나고 유독 내 마음이 헛헛했던 이유를 필과 클레어가 켜둔 현광등을 보자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가족같던 친구들의 뒤에는 추억과 청춘이 남고, 친구같은 가족들은 사랑이 남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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