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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Feb 10. 2023

<최소한의 이웃>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일전에 허지웅작가의 책에 대한 리뷰를 적으며 그를 유명하게 만든 <마녀사냥>은 그에게 수혜이자 피해로 묘사한 바 있다. 본업이 예능인이 아닌 기자였기에 그는 글을 매우 잘 쓰는 사람이었지만, 예능이미지로 인하여 그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되려 많은 이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을 읽었을 당시에는 그의 예능이미지가 오히려 그의 작가인생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애당초 그의 글을 읽은 이들이라면 그가 글을 매우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저절로 깨달을 것이고, 그의 글을 끝끝내 읽지 않을 이라면 그가 대문호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의 책은 읽지 않을 것임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그의 전작인 <살고 싶다는 농담>은 투병 이후 쓴 그의 첫 번째 에세이였고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안온해진 시각을 몸소 절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후 그가 발표한 <최소한의 이웃>은 투병 이전에 그가 지닌 냉철한 시각과 타인과의 온정이 중요함을 알게 된 그의 따듯해진 시각이 더해진 뉴스레터와도 같은 글이었다. 그의 시각은 여전히 냉철하지만, 현상을 바라보는 그의 감정엔 다정함이 어려있달까.


앞서 뉴스레터라고 표현하였듯이 책 <최소한의 이웃>은 구조 자체도 에세이이지만 그 한편이 몹시 짧은 편에 속한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원고와도 같다고도 느껴지고, 그가 라디오 DJ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어느 라디오에서 들어봤을 법한 오프닝원고보다는 조금 더 길게 느껴질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한 번에 숨 쉬듯이 읽기보다는 하루에 한 편씩 하루가 마감할 때에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씨끄럽고 냉정한 사회에서 나만의 고요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 책을 비로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다정한 그가 좋다. 그의 다정한 시각은 세상이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세적이지만 다정한 그는 그렇게 책을 통해서 이 세상에 대해 몹시 안타까운 시선을 호소한다. 높임말을 쓰고는 있지만 그의 말투는 그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처럼 강직하기에 오히려 세상을 향한 그의 애정이 더욱 절절히 와닿는다.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녹록한 세상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다정한 것이 살아남기에, 그는 살아남기 위하여 서로에게 다정해야 함을 애소한다.


*리뷰의 제목은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동명의 책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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