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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Feb 23. 2023

<성덕일기> 감독의 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의 일기였다

'이 이야기는 망한 나의 오빠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성공한 나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 대하여 한줄평을 적게 된다면 나는 주저없이 위와 같은 문장을 적을 것이다. 20대초반의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은 일명 망한 팬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성공한 영화 <성덕>의 촬영일지부터 인터뷰 그리고 영화 개봉 후의 후일담을 담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성덕>을 본 뒤에 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바인데, 영화를 봐야지만 이해되는 감독의 고뇌가 있기 때문이다.


필름에세이 <성덕일기> 준강간과 불법촬영물 유포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가수 정준영의 팬인 감독이 자신만이 찍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인 <성덕>을 촬영하면서 겪은 고뇌와 영화인으로서의 고민이 담긴 지극히 내밀한 일기이다. 영화에서는 미처 다 다루지 못한 감독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책에는 녹여있었으니, 어찌보면 OFF THE RECORD라기 보다는 영화의 부록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제 갓 장편영화를 처음 찍은 신인감독이 가지는 감독초년생스러운 고민을 엿볼 수 있으며, 금전적인 부분을 비롯한 영화촬영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역시 담긴 개인적인 일기이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오로지 개인적이라고만은 할 수없는 묘한 공감능력을 지닌다.


신인 영화감독이 미처 관객과의 대화에서 말하지 못한 깊은 속내까지 모두 읽고나면 영화 <성덕>은 감독이 지금시기에만 촬영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고 하고싶은 이야기였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어느 예술인이건 그 시작은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 아마도 모든 창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테다. 더불어 나역시 가수 세븐의 팬으로써 상처받은 팬의 마음을 몹시도 잘 아는지라 감독의 말이 구구절절 공감이 갔다. 공감이 가고싶지 않았는데, 공감이 가는걸 보니 나의 학창시절에 8할은 세븐이 차지하였음이 분명한 듯 보인다. 오랜만의 세븐의 얼굴이 생각나서 그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보았다. 지금의 그는, 아니 그 사건 이후의 그는, 아니 팬카페에 몇 년간 방문하지 않으며 팬에 대한 애정이 식어감을 몸소 보였던 그는 이제 더이상 내가 학창시절에 연모했던 그가 아니다. 감독의 바램처럼, 상처받지 않고 서로 늙어가는 모습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성덕들이 우리같은 이들보다는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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