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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r 28. 2023

<소비단식일기> 소비와 정서적 안정의 반비례

하릴없는 새벽 충동적으로 1300원짜리 투명 핸드폰 케이스를 한 달에 한번 교환한다는 이유로 7개나 주문다. 그 후 새로운 핸드폰케이스에 홀려 주문한 나는 7개의 투명 핸드폰 케이스 서랍 밑으로 처박다. 마음이 유달리 허전했던 시기에는 쇼핑 눌러 내 체형에도 맞지 않는 옷을 여러 벌 주문하고반품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모든 행동들이 어쩌다 한번 일어난 일이 아닌 충동소비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마음이 안정되자 서서히 쇼핑앱을 들어가지 않았고 반품택배비로 가계부를 채우는 일은 줄어들었다.


책 <소비단식일기>는 빚이 무려 1600만원이나 있는 저자가 카드값과 빚을 청산하고자 시작한 소비단식의 기록이다. 카드값이 490만원이던 저자는 무려 카드값의 50%가 지난 할부금이었던 데다가, 박사과정으로 대출받은 학자금 한 남아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소비습관이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소 극단적이어도 반드시 필요한 것 외에는 소비하지 않는 단식을 선택함으로써 빚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히 돈을 쓰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기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저자가 소비를 단식하고 빚을 늘리지 않음으로써 얻는 통찰을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더불어 나이로비에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을 비교하며 소비를 권장하는 한국사회에 대하여 자못 생각게 만든다.


나 역시 감정적으로 불안할 때마다 의미 없는 소비를 해왔다. 워라밸도 보장되어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세후 200초반대의 작디작은 월급은 투자는커녕 사치를 꿈꾸면 안 될 입장에 놓이게 만들었다. 심지어 1년간의 호주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겪었던 심리적인 혼란으로 인하여 매일 단맛으로 공허함을 채우려 군것질을 해대느라 10kg가 찐 적도 있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원에 다닐 때에도 배가 고플 때에면 쉽게 음식을 사 먹고 지금같이 일과 임용고시 공부를 할 때에도 역시 나는 공부 중이라는 이유로 식비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다이소에만 들어가면 저렴하다는 이유로 필요가 없는 문구류를 잔뜩 사들였고, 오래된 핸드폰을 쓴다는 이유로 다 쓰지도 못할 케이스를 사들였다. 소비단식을 시행해야 할 사람은 저자뿐만이 아니었다.


저자는 소비단식을 통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었노라 말했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사는 그러한 경제적 자유가 아닌, 내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는 경제적인 자유. 진정 나를 아끼는 방법은 지금 당장 쾌락을 선사하는 휘발적인 소비가 아닌, 반드시 중요한 것들만 내 인생에 들여놓는 것임을 나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 놓은 이들이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길동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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