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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pr 17. 2023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빌라를 살 자유에 대해

이런 고백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나는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다.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시절에는 반지하에서 살았고 유치원 무렵부터는 쭈욱 2곳의 빌라에서 살았다. 처음에 살았던 집은 아마도 5년 정도 살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무려 한 집에서 32살이 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내 방은 침대조차 들어가지 않는 작은 방이지만, 방 구조를 이리저리 바꾸어가며 주기적으로 짐을 버린 덕에 큰 불편함 없이 살고 있다. 물론, 방이 작다는 것이 결코 불편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호주에서 1년간 워홀생활을 하고 돌아온 뒤에 줄곧 나는 독립을 열망했었다. 우리집이 어느새부터인가 부모님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30대가 들어서면서 나는 철저히 '얹혀살고 있음'을 자각했다. 생활비를 드리는 대신에 자잘한 고정지출을 맡으면서 순전히 공짜로 얹혀사는 것은 아니지만 월급이 고작 200을 조금 넘는 나의 박봉으로는 자취는 꿈도 못 꿀 처사였다. 그런 연유로 매일같이 GH를 들락날락 거리며 행복주택 공고가 뜨기만을 바라고는 있지만, 부모님이 집이 있으신 연유로 유주택자로 간주되기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임용고시에만 합격하면 그다음 목표는 바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인데, 아마도 나는 결코 아파트를 장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주로 빌라를 매입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누군가 빌라매입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어머니를 위해 빌라를 매입하고 자신은 자신대로 월세를 사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자산구조형태를 띤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의 현실적인 고민들이 구구절절 공감이 된 데다가, 아파트 산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해 더욱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홀린 듯이 <내돈 내산 내집>을 집어 들었다. 둘 다 브런치북 공모전 7회, 9회 수상작임을 생각해 본다면 부동산은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화두임이 분명하다. 언제 즈음 나는 나만의 온전한 공간을 내 소유로 가질 수 있을지를 상상하며 책의 마지막장을 닫았다. 요행을 바라기보다도, 열심히 목돈부터 만드는 것이 어쩜 자산증식의 시작이 아닐까.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내집마련에 대한 희망을 조금 더 품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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