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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ug 14. 2023

<폴 600미터> 4D 어트랙션의 영화화

개인적으로 4D를 좋아하지 않는다. 적절한 장면에 맞추어 물이 튀기고 의자가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게는 영화에 몰입이 아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애당초 영화의 몰입도는 그런 외부적인 요소가 아닌 영화의 완성도에 있다고 보고 있기에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일수록 2D만을 고집하였다. 영화 <폴 600미터>는 의자가 움직이지도 않으며 스크린관보다 작디작은 TV로 관람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영화 그 자체만으로 오감을 저릿하게 만드는 고전적인 놀이기구와도 같은 영화이다.

암벽등반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 댄을 잃은 베키(그레이스 캐롤라인 커리)는 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게 되고, 이를 본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고 이전 베키부부와 함께 암벽등반을 즐긴 헌터(버지니아 가드너)는 자신과 함께 높은 TV타워에 올라 댄의 유골을 뿌려주자며 베키를 설득한다. 모험을 좋아했던 남편과 예전의 자신을 위하여 베키는 헌터와 함께 높은 TV타워에 오르게 되고, 이윽고 그들은 피자박스 크기만 한 타워 꼭대기에 올라 댄을 추모한다. 그러나 부식된 TV타워의 사다리가 끊기면서 600미터 상공에서 둘은 갇히게 되고, 생존을 위한 그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영화 <폴 600미터>는 단순한 서사를 지녔다. 위기가 발생하고, 생존자끼리 갈등을 겪다가 살아남기에 애쓴다. 왜 굳이 위험한 TV타워에 올라가 남편을 추모해야만 했는지, 또한 등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눈에는 어설퍼 보이기만 하는 베키와 헌터의 안전장치와 복장은 왜 그 모양인지 이 영화를 개연성으로만 설명하자면 도리어 힘겨워진다. 이 영화는 비유된 바를 찾자면 한없이 생각할 거리가 있을 수도 있으나 단순히 오감을 자극한다는 목적을 놓고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오락에 충실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극 중 반전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당장이라도 내가 그 위에 올라가 있는 것만 같은 실감 나는 연출과 군더더기 없는 극의 서사는 이 영화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놀이기구로 선포하였음을 알린다. 그 유명한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어트랙션을 타는 것처럼 이 영화는 그야말로 '손에 식은땀을 쥐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서사의 숨겨진 함의를 찾기보다는 오락적인 면모에 조금 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함의를 찾기에는 개연성이 터무니없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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