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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Sep 30. 2019

[D+109] 여전히 롤러코스터

시드니에서의 100일 후, 우울함이 찾아오다

시드니행 비행기 탑승을 목전에 앞두고, 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마치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며 글을 적었다. 밑으로 고꾸라져내리는 열차의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 소리, 그리고 그 광경에 짜릿함을 느끼는 사람과 걱정을 한가득 떠안는 사람 등등. 시드니로 떠나기 전 나의 마음은 마치 그와 같았고,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만한 비유는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시드니에 머문 지 100일 하고도 약 열흘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시종 하늘과 땅을 번갈아 오가는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Opera Kitchen / Pancakes on the rocks
퇴근 후 Oliver Brown

하루는 시드니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시작하여, 잠시 회의감이 들다가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고 일도 꽤 재미있어 견딜만하다가 일상이 익숙해질 때면 문득 부족한 영어실력을 떠올리고는 서둘러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다가도, 비가 온다는 핑계를 삼아 도톰한 담요를 덮고는 소파에 누워 마냥 영화만 보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가 등등. 어떤 날은 미친 듯이 외로워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주고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내가 부딪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한이 한정되어있는 비자를 가진 이 도시에서, 더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기가 힘들 것 같았다. 특히나 요즘 들어 여러모로 감정 소모가 심했던 나는 결국 주말에 엄마 목소리를 듣고는 울어버렸다.


이럴수록 서둘러 어디라도 가까운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쉽기 그지없을 아름다운 곳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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