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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Oct 04. 2019

[D+117] 국가 이미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방 한편에서 우리만의 비정상회담을 열다

나는 시드니에서 워홀러들에게 그리 유명하지 않은 동네에 살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약 5개월가량 이 동네에 살면서 한국인은 도통 보기 힘들었을 정도랄까. 오죽하면 한국인을 보는 일이 흔하디 흔한 이 시드니에서, 집 근처 스시집 사장님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된장국을 선물해주실 정도였다. 그 유명하지 않은 동네에서 심지어 나는 4명의 인도네시아 언니들과 동거 중인데 우리 집에서 나는 유일한 20대이자 한국인인지라 언니들의 챙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종종 언니들과 대화할 때면 한국인인 나를 배려하여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가 하면, 누군가 데이트라도 할 일이 생긴다면 언니들은 선뜻 나의 연애 상담자를 자처하기에 이른다. 사실 말하자면 우리 집에서의 나의 위치는 한국인 '막내'에 가깝다.

오늘도 평화로운 Eastlakes Park

그들 중 린다언니는 나에게 있어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금이 가게 해 준 첫 번째 사람인데, 인도네시아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한 언니는 손목에는 커다란 장미 타투를 지녔으며, 무슬림인 것이 무색할 정도로 나보다 더욱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다. 언니와 가끔 이야기를 할 때면 오히려 한국인인 내가 더욱 보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랄까. 사실 언니와 종교에 관하여 딱히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는데, 나 역시 무슬림에 대한 어떠한 편견을 갖고 있던 터라 섣불리 대화 주제로 종교를 고르는 일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느 날 언니는 내게 자신이 겪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언니가 친구의 집에 초대된 날, 함께 어울렸던 누군가 언니에게 무슬림에 대한 자신의 견해(무척이나 엄격할 것이다 등등)를 다소 무례하게 말했고, 언니가 그것에 대해 꽤나 상심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어느덧 그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언니에게 연신 'Depend on person'이라 이야기했으며, 무슬림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행위 대해서 나는 언니에게 그 문제에 대해선 이미 한국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 어느 유명 프로그램(비정상회담)에서 한 파키스탄 대표가 그들은 단지 무슬림을 이용할 뿐이라고. 실제로 그들이 행하는 행동들은 모두 율법에 어긋난 행위들이라며, 그들은 그저 이질적인 종교를 이용하여 공포심을 조장할 뿐이라는 얘기까지. 언니는 나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였고 그렇게 우리는 거실 한편에서 작게나마 우리만의 비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사실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경험을 종종 겪었는데, 한국인이라고 소개할 때마다 때때로 외국인들(특히 서양권 국가)은 내가 출신이 남쪽인지 북쪽인지를 물었고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북한의 존재감을 외국에서 더욱 체감하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전날 새벽 나는 맥도널드에서 술 취한 외국인이 나에게 연신 북쪽인지 남쪽인지를 묻다 이내 크게 김정은이라고 외친 불쾌한 일도 경험할 정도였달까. 물론, 분단국과가 갖는 이미지와 테러집단과 연관된 종교가 갖는 이미지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국에 체류한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 자신의 모국이 해외에서 어느 이미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 체감하는 순간이 더러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들은 종종 나라는 사람마저 규정짓는 것 같아 불쾌감을 선사한다는 것까지도.


국가의 이미지와는 별개로 나는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수록 그 들에게서 오는 문화 차이 역시 종종 실감하고는 한다. 심지어는 외국인들과의 사이에서 겪는 거리감이 그 사람의 성격인지 그 나라의 문화인지를 도통 알 수없어 개인적인 성향 차이조차 문화 차이로 치부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화 차이'로 넘어가면 관계에 있어서의 대부분의 문제들을 덮어둘 수 있기에, 때로는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을 문화 차이겠거니라며 종종 덮어두고 마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임과 더불어 혹여 이 점이 초보 외국생활러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라면, 외국생활을 더욱 오래 한 사람일수록 문화 차이와 성향 차이를 구분하는 눈이 생기겠지만.


문화와 성격차이. 흡사 종이 한 장과도 같은 이 단어들 사이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속에 '개인적 성향' 역시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린다언니는 우리만의 비정상회담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엄격한(다른 종교에 비하여 그렇다고 보이는) 무슬림일지라도, 경험하는 것이 많으면 개인에 따라 스스로 규율들을 조금씩 깨어 나간다고. 어쩌면 그래서 더욱더 이 도시에서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알아가며 그 사람과의 문화적 차이와 개인적 성향을 구분해내기란 이제 갓 해외생활을 시작한 나에게는 도통 어려운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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