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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Feb 26. 2023

<메간> 사탄의 인형 처키가 로봇이라면

영화 <캣츠>가 많은 논란을 빚었던 이유는 극 중 의인화된 고양이들에 대해 관객이 느끼는 불편한 골짜기였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이론인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에 해당 존재가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도리어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극 중 배우가 명백히 고양이 '분장'을 하고 등장한 원작 뮤지컬과는 달리 영화 <캣츠>는 기이하게도 고양이도, 고양이를 분장한 인간도 아닌 고양이의 인간화를 CG로 완성시키며 많은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호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조차도 소름끼치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영화 <메간>은 표면적으로는 A.I가 등장하는 여타 다른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는 로봇이라는 캐릭터와 그로 인하여 야기되는 공포를 그린 듯 보이지만 실은 '불쾌한 골짜기'를 대놓고 공포로 활용하는 의도가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이 느끼는 그 불쾌함이, 바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로봇 엔지니어인 젬마는 언니부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초등학생 조카인 케이디를 돌보게 된다. 보호자로서의 역할이 영 서툴렀던 그녀는 조카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고자 시제품인 안드로이드 로봇 메간을 케이디와 함께 생활하도록 한다. 회사에서 비밀리에 프로젝트 중이었던 메간은 고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로서, 스스로 케이디의 보호자를 자처하지만 그런 메간의 케이디를 향한 애정은 어느덧 집착을 넘어 광기에 이른다.


영화 <메간>은 제임스 완이 공동각본과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으로, 터미네이터와 처키가 모호하게 섞여있다. 홀로 고지능의 안드로이드를 만들 정도로 재능 있는 주인공이 왜 고작 장난감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지와, 회사의 프로젝트를 몰래 수행할 수 있다는 납득하기 힘든 설정 등 각본의 구멍은 분명 존재하지만 기승전결이 뚜렷함으로써 적어도 답답함은 선사하지 않는다. 비록 마블의 자비스를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SF에 가까운 메간의 능력은 이 영화의 성격을 점차 호러보다는 유치한 미국식 공포영화로 변주하게 만들지만 영화는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목적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살인귀 안드로이드 미치광이 보모가 벌이는 서스펜스가 아닌, 러닝타임 내내 불쾌함을 선사하는 불쾌한 골짜기가 바로 관객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도구인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결국 케이디가 선택하는 것은 인간과 '혼동'되지 않을 수준의 외형을 지닌 로봇임을 통하여 영화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공포가 메간이라는 로봇 1개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아직은 그 중간단계이기에 종종 매스컴을 통해 등장하는 기이하게 인간을 닮은꼴의 로봇의 외형. 이러한 시대상을 영화 <메간>은 고스란히 반영한다. 다만 MCU에 버금갈 정도로 안드로이드 메간의 능력이 비현실적이기에, 도리어 공포영화가 판타지영화에 가까운 액션영화로 변주하게 된 것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의 시대상을 명백한 근미래로 설정하던지, 혹은 메간의 능력을 현재 개발된 안드로이드보다 조금 높여 작품의 현실성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영화가 길을 잃고 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별다른 기대감 없이 이 영화를 킬링타임용으로서 즐긴다면 꽤 흥미롭게 관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그 옛날 영화 <사탄의 인형> 속 처키는 시대를 앞서간 것이 분명하다. 영화 <메간>은 시종 이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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