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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서이자 무명작가입니다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응모작

by 사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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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봄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학교도서관저널>이라는 잡지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들>이라는 코너의 무려 첫 인터뷰이로 선정된 것이다. 해당잡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도서관을 주제로 한 교육계 잡지이고, 나는 도서관 사서로 첫 직장을 잡은 2012년도부터 이 잡지의 오랜 구독자였다. 10년 가까이 구독한 잡지에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당시 나에게 메일을 주신 기자님은 브런치를 통하여 인터뷰이를 물색하던 와중 내 글을 발견하셨고 학교도서관이 주제인 잡지의 성격과 ‘글 쓰는 사서’인 내가 첫 인터뷰이로써 매우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구독한 잡지의 지면에 내 인터뷰가 실렸고 이것을 인연으로 해당 잡지사에 2년 동안 <낭만사서의 선곡라디오>라는 이름으로 음악 관련 에세이를 연재했다.


이후 브런치를 통하여 두 번의 제의가 더 들어왔다. 한 번은 국내 대형 은행사앱 내에 영화 관련 글을 올리는 것이었고, 나머지 한 개는 <씨네랩>이라는 영화 웹진 사이트의 크리에이터가 되어달라는 섭외 요청이었다. 브런치 내에서 영화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이 되어 씨네필 지망생으로서 조금의 당당함을 갖고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10년간 블로그에서 나 홀로 글을 올리던 내게 브런치에서 얻은 기회는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굉장히 소중한 기회였다. 다음 메인에 내가 쓴 영화리뷰가 대략 10편 이상 노출이 되었고, 이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수 있었다. 불과 이 모든 일들이 2019년을 기점으로 몇 년 만에 이뤄졌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단순히 찬양만 하던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인기 있는 주제가 다소 편향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매사 브런치 내 공모전에서 번번이 낙방하였기에 나 홀로 서운함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브런치의 지향성이었다. 상업적인 목적이 다분한 블로그에서 지키기 힘든 것은 문학에 대한 열망이고 적어도 브런치는 이 것을 끝까지 지켜보려는 의지가 보였다. 이는 내가 브런치를 쉽게 탈퇴할 수도, 또 글을 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인터뷰에서 여러 번 밝히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언젠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바라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 시간이 어느덧 10년이 되었고 브런치 초창기에 블로그 주소만으로 작가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 이후 좋은 기회를 얻어 지면에 내 글이 실리는 꿈같은 일도 일어났다. 아직은 소심하게 스스로를 ‘무명작가’라고 소개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내 글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앞서 말한 대로 문학성을 놓지 않는 브런치는 이런 나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사서라는 직업상 수많은 책들을 만난다. 매 분기마다 도서관에 들여놓을 천 권가량의 책들을 고르고 살피다 보면 언젠간 내 글도 이처럼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특히나 서점을 방문하게 되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애당초 작가라는 꿈과 멀어지기 싫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어 택한 것이 도서관사서였다. 책과 멀어지는 직업을 가져버리면 내 꿈과도 영영 멀어질 것 같았고, 원래부터 나는 도서관을 좋아하였으니 19살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낭만이었다. 개인적으로 사서는 이성과 감성을 고루 다루는 업이라 생각한다. 정보를 다루는 이성과, 문학을 다루는 감성이 만나 이룬 하나의 세계를 도서관이라 부르고 싶다. 그 세계 속에 내 책이 존재하게 된다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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