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주문

by 사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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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감기가 걸릴 때마다 찾으시는 약이 따로 있었다. 다른 약은 몰라도 이 약을 먹어야 더 빨리 낫는 기분이라며, 그렇게 아플 때마다 그 약을 찾았다. 마음이 다칠 때마다 나는 '어쩌겠어'라는 말을 되뇌인다. 별 일 없는 일상을 보내다가도 실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어쩌겠어'라는 말을 마치 주문처럼 되새긴다. 결말 앞에 과정은 무의미하듯이 어떤 문장도 그 말 앞에선 힘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나는 마음이 다칠 때마다 그 말을 복용한다.


관계의 종말에서 실은 나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구태여 깨닫지 않는다. 그저 외면하던 사실을 그 끝에 다다라서 마주할 뿐이다. 그 사실을 애써 치우려 해도 종종 떠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별 수 없이 받아들이고 나면 마음은 무거울지언정 어느덧 초연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연 등장한다. 사람 마음도 그들 중 하나라는 것을 다시 알았다 하여 새롭게 상처 받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하여 우리는 그렇게 다쳤나보다.




photo : eberhard grossgasteiger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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