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관람하다 못해 촬영지까지 직접 찾아간 영화 <라라랜드>의 재개봉 소식에 영화팬인 나로서는 몹시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관람 시 선착순에 한하여 오리지널 티켓도 증정한다며 호객행위를 이어갔지만,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그 시점에서 선뜻 그 먼 서울까지 달려갈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영화관에서 이 같은 사태를 두고 재개봉된 영화를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란 짐작에 늦장을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거리 두기로 바뀔 즈음,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어떤 조급한 생각에 늦은 밤 홀로 라라랜드를 보러 나섰다.
4번째 관람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마주한 순간은 어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웠다. 촬영지까지 직접 가보며 보았던 익숙한 장소들이 몹시 반가웠고, 미국에 있던 당시의 감정들이 컵에 물이 넘쳐흘러내리듯이 찰랑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2회차까지는 알기가 힘들었던 사소한 것들 (가령 주인공들의 대화는 온통 시작과 끝부터 그들의 꿈이었다는 것 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자리 잡은 지금에서 보는 이 영화는 불안정한 시기에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운명적으로까지 느껴졌던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과, 아직 작가라는 꿈이 꽤 생경하게 남아있던 25살의 나와 연애 감정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을 얻은 29살의 나는 꽤나 다른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영화를 통해 다시 깨닫자,내게 <라라랜드>는 성공한 상업영화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친구가 나에게 조언이라며 해주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인생은 내가 쓰던 드라마가 아니라던 말. 그 친구가 어떠한 맥락에서 그 이야기를 했을지 백 번이고 천 번이며 납득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명치끝에 걸려 쉬이 소화되지 않았다. 이미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영화 <라라랜드> 속 두 주인공은 각자의 상황과 현실에 휘말릴지언정 그들의 꿈을 향해 전진한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꿈을 응원하는 친구이자, 차디찬 현실이 되기도 하며 이윽고 영화의 결말에 다다랐을 때엔 서로가 응원하던 꿈에 서있었음을 보인다. 여기까지가 그들의 영화라면, 그 둘의 결말은 현실일 것이다. 꿈과 사랑을 모두 이루었다는 영화 속 상상력의 한계이자, 인생은 기어코 내가 원하던 모든 것들을 다 이룰 수 없다는 현실임과 동시에 그렇게 내 인생도 온전한 드라마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과정. 어쩌면 이 영화가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아와 셉이 서로를 바라보며 지은 옅은 미소, 미아의 새로운 사람 앞에서 그들이 함께했으면 어땠을지 모를 일들을 상상하며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곡을 다시 연주하던 셉. 그 마지막 시퀀스가 헤어진 연인과의 아쉬운 만약에가 아닌, 두 사람이 상상하던 그 들의 미래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이유는, 나 역시 차츰 깨달아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이란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