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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l 30. 2020

일상의 여행화

상의 예술화라는 말을 블로그 소개글로 줄곧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해낸 것인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시드니에서 돌아오고 나서 한국을 대하는 나의 태도인 것만은 확실했다. 집 앞을 나가 동네만 돌고 돌아와도 늘 여행이었던 1년간의 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 놀거리 많고 먹을거리 많은 이 나라에서 마음껏 즐겨보자는 것이 생활의 모토가 되었다. 권태로운 일상을 조금이나마 특별하게 만들고픈 30살 싱글 여성의 애달픈 몸부림이라 불러도 좋다.


덕분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면 조금은 귀찮을 지어도, 그 근방의 맛집이라든지 이쁜 카페는 꼭 검색해보고 가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허름해 보이는 LP 바에 들어가서 중년들과 함께 올드팝에 취해보기도 하고 우연히 귀엽고 아기자기한 카페에 들러 토끼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으로 홍보차 올라오는 가게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성공했던지라 마치 도장 깨기 하듯이 놀러 다니는 기분이 쏠쏠하다. 차를 장만한다면 굳이 서울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내 동네에서 여유롭게 즐겨볼 수 있겠지. 비록 면허조차 없는 게다가 대학원 진학으로 학비를 느닷없이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지만. 꿈꾸는 것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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