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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l 31. 2020

사소한 소비로 얻는 확실한 행복

우리동네 개냥이
단골 카페

나는 익숙한 것이 좋다. 방랑벽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여행을 끊임없이 하는 타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 반경에서는 익숙한 것을 주로 선택하는 편이다. 가령 게임도 꽂히는 한두 어가지만 한다든지 (기본적으로 이 게임들은 레벨 100과 50을 달성했다.) 좋아하는 음식점만 찾는다든지, 여행지에서도 가본 곳을 다시 한 번 더 가보기를 선택한다든지 등. 그런 연유로 나는 각 동네마다 단골 카페를 하나씩 만들어놓고는 하는데 윗동네의 단골 카페 사장님은 내가 자주 찾아가는 것이 아님에도 나를 보면 꽤나 반가워할 만큼 친분이 생겼다. 심지어 서울 중심가의 카페에서도, 내가 하도 여러 사람을 데려가 날 알아봐 주실 정도였달까.


그런 나에게 퇴근 후 찾아가는 단골 카페는 꽤 중요한 안식처이다. 비교적 퇴근시간이 빠른 축복 받은 워라밸을 보장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사는 복닥거리는 집에 들어가면 내 시간을 온전히 지켜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굳이 퇴근 후 중간지점에 내려 책을 한두어시간이라도 읽다 보면 퇴근 후 온전히 내 시간을 누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한 달의 반 정도는 그 카페에 커피값을 투자하는 정도였달까. 동네 카페 '핸드메이드'가 매일같이 들리는 단골 카페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넓은 창에서 소파처럼 편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있다보면 이곳이 천국이지 싶었다. 카페 밖에서는 '저 자리 좀 민망하지않나?' 싶을만큼 도로변과 가깝게 있던 자리도 막상 카페에서 앉고 보니 그저 바깥 풍경이 액자와도 같았다. 장마철에는 흐린 그 날씨를 그대로 볼 수 있어 좋았고, 여름철에는 에어컨 바람보다도 더욱 산뜻한 자연바람을 맞고 보니 그건 그대로도 좋았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날에는 책들이 잔뜩 꽂혀진 벽 쪽으로 앉아 영화 한 편을 끝내고 나오기도 했다. '굳이 카페에서 영화를?' 이란 생각이 든다면, 지금이라도 시도해보라. 나처럼 좁은 집에서 가족과 복닥거리며 사는 사람일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절실히 필요할 테니. 같은 영화에 좁은 화면 일지어도 아무도 말 시키지 않는 그 순간에는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혼자서 청승맞게 눈물도 흘린다.


작고 귀여운 월급을 피자 조각처럼 쪼개어, 매일을 피자 토핑 수준의 크기로 써야 하는 직장인에게 때때로 커피값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절약을 결심하다가도, 주말 오후 약속이 끝나고 홀로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문득  외로움이 몰려올 때에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곧장 단골 카페로 향한다. 구석에서 간단하게 차와 베이글로 저녁을 때우며 보고 싶던 영화를 보고 마감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면 잠시나마 고개를 내밀던 외로움 역시 잠잠해진다. 이다혜 작가는 그녀의 책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에서 말했다. 여행은 우울 치료제로 여행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더없이 넓은 동굴이고 또한 가장 작은 동굴이라고. 홀로 찾는 단골 카페는 이벤트와도 같은 여행을 매번 떠날 수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허락된 동굴과도 같다. 그녀의 말처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채 그저 들어갔다 나왔다 할지어도. 나의 사소한 우울을 소소한 행복이 덮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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